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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담 Apr 23. 2023

콘텐츠 속 그 역사 4 - 만파식적(萬波息笛)

모든 재앙을 잠재우는 피리


이번 글에서는 게임 '에버소울'에 등장하는 '만파식적'에 대해 다룰 건데요, 콘텐츠 상의 설정과 실제 역사 내용은 어떻게 다른지 같이 보시죠.


고민이 있다구? 내가 들어줄게! 정령 '지호'의 유물 '만파식적'


'에버소울'은 나인아크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을 담당하는 모바일 게임입니다. 현생 인류는 절멸한 먼 미래의 지구에 살고 있는 '정령'이란 존재들이 종말을 막기 위해 과거에 살고 있는 인류를 불러낸다는 설정을 갖고 있습니다.


에버소울의 홍보 이미지


'수집형'이라는 장르 특성을 갖고 있다 보니 게임 내에 다양한 정령이 등장하는데요, 그중에 한 명이 바로 동양풍의 설정을 기반으로 한 힐러 정령 '지호'입니다.


지호를 소환했을 때 나오는 연출 中. '고전적인 아름다움 + 현대적인 발랄함'이 기본 코스튬의 컨셉입니다.


그리고 이 게임에서 정령의 능력치를 높이기 위해 장착하는 아이템 중 하나가 '유물'인데, 지호의 유물이 바로 '만파식적'입니다. 게임 내 '유물' 창을 찾아보면 만파식적에 대한 간략한 스토리를 볼 수 있는데요, 그 내용은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유물 '만파식적'에 대한 스토리.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안 드시나요?


그런데 이 유물의 이름과 스토리.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드실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실 이 만파식적이란 이름과 그에 얽힌 스토리는 에버소울 세계관 이전에, 신라와 관련된 역사기록에서 찾을 수 있는 내용이거든요.


이 피리 한 번만 불면 만사형통! 모든 재앙을 잠재우는 피리, 만파식적


만파식적에 대한 설화는 '삼국유사(三國遺事)'의 두 번째 장인 기이(紀異) 편의 '만파식적설화'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신라의 31대 왕인 신문왕이 즉위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신문왕은 681년 즉위한 직후 선왕이었던 문무왕을 위해 '감은사(感恩寺)'라는 절을 세웁니다.


경주 감은사지(感恩寺址)의 전경. 사진에 보이는 탑은 '감은사지 3층 석탑'이란 이름으로 한국사 관련 시험에 등장하곤 합니다.


그런데 그다음 해인 682년 5월, 해관 파진찬으로 있던 박숙청이란 사람이 다음과 같은 보고를 합니다.


동해 중의 작은 산 하나가 물에 떠서 감은사를 향해 오는데, 물결을 따라서 왔다 갔다 합니다


보고를 받은 왕은 너무도 이상한 나머지 일관(日官)을 불러 점을 치도록 하였는데요, 점을 친 일관은 뜻밖의 내용을 왕에게 아룁니다.


돌아가신 부왕께서 지금 바다의 용이 되어 삼한(三韓)을 수호하고 있습니다. 또 김공유신(金公庾信)도 33천의 한 아들로서 지금 인간 세상에 내려와 대신이 되었습니다. 두 성인이 덕을 같이 하여 나라를 지킬 보배를 내어주려 하시니, 만약 폐하께서 해변으로 나가시면 값으로 계산할 수 없는 큰 보배를 반드시 얻게 될 것입니다.


이 얘기를 들은 신문왕은 매우 기뻐했고 같은 달 7일에 직접 이견대(利見臺)에 가서 그 산을 살펴보는 한편, 사자를 산으로 보내 살펴보도록 합니다. 그리고 사자는 산을 살펴본 후 왕에게 '산의 형세는 거북의 머리 같고, 그 위에는 한 줄기 대나무가 있는데, 낮에는 둘이 되고 밤에는 하나가 된다'고 아룁니다. 신문왕은 보고를 받고 감은사에서 1박 2일을 보냈는데, 다음 날이 되자 대나무가 하나로 합쳐지더니 천지가 진동하고 비바람이 몰아친 바람에 일대가 1주일이나 어두운 상태가 됩니다. 이후 16일이 되어서야 바람과 물결이 모두 잦아드는데, 신문왕은 이 날 배를 타고 그 산으로 직접 들어갑니다.


신문왕이 산으로 들어가니 갑자기 용이 나타나 검은 옥대(玉帶)를 바치는데, 왕은 용을 영접하여 함께 앉고서는 다음과 같이 질문합니다.


이 산과 대나무가 혹은 갈라지기도 하고 혹은 합해지기도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러자 용은 다음과 같이 답을 합니다.


이것은 비유하자면, 한 손으로 치면 소리가 나지 않고, 두 손으로 치면 소리가 나는 것과 같아서, 이 대나무라는 물건은 합한 후에야 소리가 납니다. 성왕(聖王)께서는 소리로써 천하를 다스릴 좋은 징조입니다. 대왕께서 이 대나무를 가지고 피리를 만들어 불면 천하가 화평할 것입니다. 이제 대왕의 아버님께서는 바다 속의 큰 용이 되셨고, 유신은 다시 천신(天神)이 되셨는데, 두 성인이 같은 마음으로, 이처럼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보배를 보내 저를 시켜 이를 바치는 것입니다.


이에 신문왕은 놀라고 기뻐하여 오색 비단, 금, 옥으로 답례한 다음 사자를 시켜 대나무를 벤 이후 바다에서 나왔는데, 이후로 산과 용은 갑자기 사라져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신문왕은 행차에서 돌아와 그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월성(月城)의 천존고(天尊庫)에 간직하는데, 이 피리를 불기만 하면 적병이 물러가고 병이 나으며 가뭄에는 비가 오고 장마에는 비가 개며, 바람도 잦아들고 물결도 평온해지는 엄청난 효과를 발휘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이름을 '세상의 온갖 파란을 없애고 평안하게 하는 피리'라는 뜻의 '만파식적'이라 이름 짓고 국보로 삼았다고 합니다.


만파식적과 바다의 용을 형상화한 조각물(경북 군위군 삼국유사테마파크 소재)


이토록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던 피리여서인지, 이 피리의 존재가 신라 밖에서도 알고 있는 듯한 기록도 보이는데요, 삼국유사 기이 편의 원성왕 시기 기록을 보면, 일본왕 문경(文慶)이 군사를 일으켜 신라를 치고자 하였으나, 만파식적의 존재를 알고 군사를 돌립니다. 이후 신라에 사신과 함께 금 50냥을 보내며 만파식적을 줄 것을 요청하는데, 원성왕은 '지금 그게 어디 있는지 모른다'며 거절합니다. 그러나 이후 문경은 다시 신라에 사신과 함께 금 1천 냥을 보내며 '피리를 보기만 하고 돌려주겠다'며 다시 만파식적을 줄 것을 요청합니다. 그러나 원성왕은 이번에도 어딨 는지 모른다는 대답을 하고서 되려 은 3천 냥을 사신에게 주고서 되돌려 보내고, 만파식적을 훔쳐가지 못하도록 내황전(內黃殿)에 보관합니다.


<참고문헌>

『삼국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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