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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담 Apr 23. 2023

콘텐츠 속 그 역사 3 - 거북선

조선 수군의 획기적인 함선

이번 글에서도 영화 '한산: 용의 출현'에 등장하는 중요 키워드인 '거북선'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실제로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의 위용이 엄청나서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기록에 거북선을 칭찬하는 내용이 더러 나오는데요, 대체 얼마나 대단했던 배였는지 지금부터 같이 알아보겠습니다.


임진왜란 이전에도 거북선은 있었다! 다만 모양을 모를 뿐...


아마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 2014년 이전에 수능을 보셨던 분들은 고등학교에서 '한국사' 교과서가 아닌 '국사'교과서를 쓰셨을 텐데요, 이 교과서를 보면 이런 내용을 찾을 수 있습니다.


병선 제조 기술도 발달하여 태종 때에는 거북선을 만들었고, 작고 날쌘 비거도선이라는 전투선을 제조하여 수군의 전투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 7차 교육과정 고등학교 국사 p.295 -


배우는 학생 입장에서는 당황할 수도 있는 내용이고, 평가원과 가르치는 사람 입장에서는 '임진왜란 전에도 거북선 있었다'라며 함정문제를 내든가 함정에 빠지지 말라고 주의시켜야 하는 내용이었죠. 교과서에 저런 내용이 있을 수 있던 이유는 당연히 '그런 기록'이 있기 때문인데요, 애초부터 기록을 뒤져보면 거북선이라는 단어가 최초로 등장하는 역사기록은 무려 '태종실록'입니다.


임금이 임진도(臨津渡)를 지나다가 거북선[龜船]과 왜선(倭船)이 서로 싸우는 상황을 구경하였다.
- 태종실록 25권, 태종 13년 2월 5일 갑인 -

여섯째는, 거북선[龜船]의 법은 많은 적과 충돌하여도 적이 능히 해하지 못하니 가위 결승(決勝)의 좋은 계책이라고 하겠습니다. 다시 견고하고 교묘하게 만들게 하여 전승(戰勝)의 도구를 갖추게 하소서.
- 태종실록 30권, 태종 15년 7월 16일 신해 -


그러니까 임진왜란 이전에도 거북선이란 배는 있었던 것이고, 이순신 장군 또한 처음부터 자기 아이디어만으로 생각해 냈다기보다는 뭔가 참고할만한 자료를 보고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거북선을 만들었을 것이란 추측을 할 수 있습니다만, 임진왜란 이전의 거북선 관련 기록은 태종실록의 저 기록이 거의 유일합니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저 때의 거북선은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은?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은 어떨까요? 다행히 이 거북선은 여러 기록을 통해 그 모습을 유추하는 게 가능합니다. 그중에 제일 중요한 기록이 이전 글에서도 언급됐던 '이충무공전서'인데요,

조선 후기에 남아있던 거북선에 대한 설명이 남아있고, 그 외에 임진왜란 당시의 기록 또한 책에 같이 기록되어 있는 덕분에 어떤 모습일지 대략적으로 유추해 낼 수 있습니다. 이 책에 나와있는 기록을 토대로 거북선이 어떠한 모습의 배였는지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배의 크기는 판옥선과 같았다.

배의 승조원은 약 125~130명가량이었다.

배의 선수(船首)에 용머리가 달려 있었다.

배의 윗부분을 판자로 덮고, 판자 위에 쇠못(鐵尖)을 박아놓았다.

배의 뒷부분에 거북꼬리 같은 장식이 있었다.

선수의 입 부분, 양 측면, 꼬리 아래에 뚫어놓은 구멍을 통해 탄환을 발사했다. 


여기서 다른 배와 매우 특이한 점이라면 '배의 윗부분을 판자로 덮고, 판자 위에 쇠못을 박아놓았다'는 점입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군에 대한 조선군의 대응전술을 알아야 합니다. 임진왜란 이전에도 일본은 '왜구'라 불리는 해적들이 조선, 명의 해안지대를 자주 침략했었는데요, 이들의 특징은 '단병기를 주무기로 하는 백병전에 능숙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명에서는 왜구에 대항하기 위해 '낭선'과 같이 길이가 매우 긴 무기를 만들어 접근전을 차단하여 왜구를 무찌르는 전술을 개발할 정도였습니다.


무예도보통지 낭선보 中. 길이가 무려 1장 5척(약 4.5m)에 달할 정도로 깁니다.


일본의 이러한 전술은 해상에서도 그대로 쓰여, 적선에 자신의 배를 붙여 넘어간 다음 백병전을 치르는 방식을 기본 전술로 사용하였는데요, 거북선의 경우 일본군의 이러한 전술에 맞서 배의 겉 부분을 마치 고슴도치처럼 만들어 일본군이 차마 배로 침투할 생각조차 못하게 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임진왜란 때 거북선은 언제, 어떻게 쓰였을까? 


저렇게 특별하게 만든 배이니만큼, 조선 수군의 입장에서도 전장에서 거북선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을 것 같은데요, 관련 기록에 따르면 거북선은 임진왜란 당시 다음 해전에서 이런 활약을 보였다고 합니다.


임진왜란 시기 거북선이 출격한 전투 목록


그리고 여러 전투 기록을 보았을 때 거북선은 전장에서 크게 두 가지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 역할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로 '돌격선'의 역할이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의 '돌격'은 '함대의 선두로 나서서 단독으로 적 함대를 향해 나아가 공격'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실제 기록을 보면 이순신 장군은 거북선의 지휘를 맡았던 장수를 '귀선돌격장(龜船突擊將)', 또는 '좌돌격장(左突擊將)', '우돌격장(右突擊將)'등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함포 공격'의 역할이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거북선은 전후좌우로 모두 포격이 가능한 전함이었는데요, 이 때문에 전장에서 거북선은 일본군의 전함에 맞서 전방위 공격을 할 수 있었고, 이는 곧 조선 수군이 해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한 가지 요인이 됐습니다.


<참고문헌>

『태종실록』

『이충무공전서』

『무예도보통지』

정진술, 「임진왜란 시기 거북선의 기능과 주요 해전」, 『이순신연구논총』 제34호,  순천향대학교 이순신연구소,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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