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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표 Oct 22. 2024

훈련소에서 쓴 일기

나에게 다가오는 내일엔 나는 뭘 해야 할까

     미래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군대에 오게 되었다. 훈련소에서의 고된 훈련과 소대근무(80명 규모의 소대를 대표하는 일)의 압박을 이겨내며 하루하루 보내니 종교활동을 참여할 수 있는 일요일이 되었다. 훈련소에서 주는 음식이란 밥이 전부였기에 달달이 러버인 나는 딸몽(딸기몽쉘, 공군 훈련소에서 훈련병들에게 많이 주는 부식)의 유혹을 도저히 떨쳐 낼 수 없어 교회로 향했다.

 

    교회에는 딸몽이 아니더라도 고된 훈련소에서의 여정을 위로해 줄 만한 콘텐츠가 가득했다. 휴대폰이 없는 훈련소에서 들을 수 없는 사회 소식과 영상들을 보며 부족한 도파민을 채워주었고, 다 함께 하는 떼창과 초대가수의 공연 등등... 그중 초대가수의 공연이 시작되었고, 좋은 호응 끝에 어느새 마지막 곡의 멜로디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나 스무 살 적에 하루를 견디고 불안한 잠자리에 누울 때면
내일 뭐하지 내일 뭐하지 걱정을 했지


    가사는 은은하게 큰 화면에 떠올라 흐르고 있었고, 난 옆 동기에게 들킬까 조마조마하게 눈물을 조용히 훔치며 종교활동을 끝냈다. 그렇게 그 일요일에 생활관으로 복귀해 나는 내가 가져온 책 앞장에 글을 적어 내려갔다.

    나의 스무 살은 누구보다 화려하고, 재밌고, 행복하기만을 바랬다. 그런 것들을 바라며 학창 시절에 소화불량을 이겨내며 토가 나올 정도로 공부했다. 하지만, 막상 스무 살이 되었을 땐 내가 마주한 학과는 아무 재미도 없고 너무나도 싫었다. 싫어했던 학과 공부를 던져놓고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색다른 여정을 떠났다.
   
 100만 원도 채 되지 않는 아르바이트 월급으로 하루에 한 끼도 겨우 먹어가면서 '진짜 좋아하는 것'을 찾으려 했다. 그 과정이 마냥 즐겁지는 않았다. 허기 따위를 생각할 여유 따위는 없었고 빠르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정착해야 한다는 조급함과 광기가 나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평일에는 학교 수업과 마술 회사 출근을, 주말에는 과외와 아르바이트를 하며 남는 시간엔 좋아하는 일을 찾는 여러 과정들을 알차게, 아니 빡세게 낑겨넣었다. 나의 20살, 그 일주일은 모든 일정으로 가득 차 있었고, '내일 뭐 하지'라는 질문은 나에게는 너무나도 바보 같은 질문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때의 나에게 묻는다. '나는 내일 뭘 해야 할까?', '나에게 다가오는 내일 뭘 해야 할까?' 나는 대답할 수 없었을 거다. 그때의 나는 항상 뭘 해야 할지 잘 몰랐고 이런 막막한 생각이 가득했다.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갑자기 모든 게 부질없어 보이기 시작했고 아무것도 재미 없어지기 시작했다. 마술도, 보드게임도, 다트도. 결국 취미로 시작했던 것들인데 여기에 조금씩 진로에 대한 고민들이 끼어들기 시작하니 흥미는 빠지기 시작하고 엄격한 잣대와 기준만이 남아있었다.
                                                                              
- 2023.02.26 일요일


    나는 한 분야에 빠지면 광기가 돋보일 정도로 집착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항상 취미가 생기면 그 취미를 일로서 하는 내 모습을 꼭 한 번씩 상상하고 그런 상상이 날 행복하게 만든다면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자기 뛰어드는 편이다. 그런 시도들은 나에게 실패를 가져왔지만 그런 실패가 무뎌질 정도로 쌓이다 보니 점점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있는 길을 걷고 있다는 확신에 들어서고 있다.


    보드게임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마술회사에 들어가고, 먹스타그램으로 협찬을 받는 등 많은 도전을 하며 진짜 좋아하는 것을 찾으려는 나의 이야기를 묵묵히 이곳에 적어나갔다. 그리고 사이사이에는 내가 취미로서 최근 가장 관심 있는 분야 3가지에서 각각 일하시는 분들을 직접 만나 나눴던 이야기의 흔적을 훔쳐 적었다. 이런 이야기들이 나에게나 당신에게나 어느 한 구절, 한 단어라도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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