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는 외롭다.
업무적으로, 사회적으로 외롭다. 심지어 가끔은 가정에서도…
회사의 조직적 업무분담과는 달리, 강사는 전적으로 모든걸 기획하고 수행하고 책임진다. 옆자리 선생과 책임을 나눌 수 없다. 조직의 불합리함과 비효율성을 참을 수 없고, 개인적인 업무가 속편해서 일을 시작했지만, 가끔은 회사처럼 다같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으쌰으쌰하며 힘을 합치는 모습이나, 실수를 해도, 조직차원에서 막아주고 덮어주는 것도 부럽고, 밤늦게 회식자리에서 술기운을 빌어 팀장님 부장님을 외치며 하소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싶다.
가끔 아침에 슬리퍼를 질질 끌며 편의점을 갈 때면,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나와 반대방향으로 부지런히 출근을 한다. 예전에 이런 기분을 한번 느낀 적이 있었다. 뉴욕으로 여행갔을 때, 아침 일찍 센트럴파크에 와이프와 손잡고 거닐을 적, 우리 부부를 제외한 다른 이들은 그날의 하루를 바삐 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무언가 모를 이 사회에 융합될 수 없는 ...이방인같은 느낌에 사로잡힌 적이 있었다. 남들은 참 팔자좋다...라며 비아냥대겠지만, 이처럼 세상의 방향과 정반대로 살아가는 것이 한 인간으로써 얼마나 외롭고 용감해야 하는지 ...남들은 과연 알까? 조직에 속해서, 그저 남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 위안이 되고, 안도감이 드는 그 사실을… 남들은 알까?
저녁 6시 퇴근길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한잔하자는 일상적인 회사원의 모습이 나에게는 아주 특별한 일이다.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가 줄어들고, 수학문제만 풀고 고민하는 나는, 친구들을 아주 가끔 만날때도, 그들과의 대화에 쉽게 끼어들지 못한다. 그들의 주제는 대부분 보너스, 상사 뒷담화, 이직, 보험, 여자이야기인 반면, 나의 카테고리는 내신, 보강, 진상 학생, 학부모, 수학문제이니, 화제의 교집합을 구성하기가 힘이든다. 이러다보니, 점점 이 사회에서 고립되어가는 것은 아닌가하는 위기감마저 들 때도 있다. 그래서인지 밥 먹을 때는 항상 뉴스를 보며, 이 사회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관찰한다.
집으로 돌아오면, 회사원인 아내는, 겉으로 프리랜서인척 하는 강사의 삶(실제론 월급쟁이)을 이해하지 못한다. 왜 집에 와서도 굳이 수업준비를 해야하는지를 모르며, 수업준비 그깟게 도대체 뭔데, 그냥 수학 문제 몇개 풀어보고 수업때 떠들어제끼면 되는걸…...뭘 그리 오래걸리는지..이해하지 못한다. 집에선 아이들때문에 집중할 수 없어, 근처 커피숍에 나가면, 애들 봐주기 싫어 수업 핑계대며 나가는 나쁜 남편인 것처럼 쳐다보며, 갔다오라고 한다. 하루종일 수업하고 문제풀다보면 동료 샘들과 대화한마디 하지 못하고 퇴근하는 날들이 며칠 누적되는데, 그런 때에는 정말 외로움이 솟구쳐 오른다. 그럴 때마다 퇴근 후에 집에서 소주 일 병과 안주 몇개로 외로움을 달래는데, 그저 아내는 ‘니만 일하냐?’는 식의 갈굼이 쏟아진다.
사람과 말만 하면 외로움이 가실 줄 알았는데, 오히려 군중속의 고독감을 느낀다. 학생들과 대화를 해도, 해소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상대방과 어떤 동질감을 느끼고 서로의 이야기에 마음껏 공감하며 떠들어댈 때가 외로움이 해소되는 것 같다. 마치 내가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작업같은 것이다. 그렇다고 직장 동료들과의 대화는 과연 속이 풀리는가? 새로운 선생에 대한 낯설음, 자기 방어, 되도 않는 선비짓하느라, 서로의 진솔한 마음은 공유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익명방을 찾아 떠들어대며, 폰을 떨구며 잠이 들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