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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st Aug 04. 2024

강사의 기본 조건


마트에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계산대에서 비닐봉지를 요구할 때면, 캐셔(cashier)들의 행동은 2가지 부류로 나뉜다.


첫째, 봉투를 그냥 주는 사람

둘째, 봉투를 손으로 비벼, 입구를 열어서 주는 사람


캐셔가 새 봉투를 그냥 줄 때면, 나는 손이 건조한 편이라, 침을 손에 퉷퉷 뱉고 나서야, 비닐봉지 입구를 겨우 열 수 있다. 손에 침을 묻히기 싫어서도 있지만, 보통 마트에 가면 작정하고 장을 보는 편이라, 보통 봉투 2~3개는 필요한데, 내 줄 뒤로 손님이 기다리고 있고, 아이는 카트 위에서 울면서 보채는 상황이라면, '거... 봉투 좀 열어서 주지... 어휴..라며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반면, 센스 있는 캐셔들은 굳이 말 안 해도, 봉투를 열어서 준다. 아주 작고 사소한 것 같지만, 입구가 열린 봉투를 받아서, 손쉽게 물건들을 차곡차곡 넣었을 때, 봉투를 열어준 그 캐셔에게 미세한 감동을 받는다. 마치 짐을 한가득 두 팔로 안고서 문을 열려고 버둥댈 때, 누군가 걸어와 문을 열어주는 구원의 상황이랄까?


성공하는 비결은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내가 성공해서 이런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주변의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그러하다) 상대가 직장 상사이든, 고객이든 간에 그들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행동하는 것이 결국 남과 다른 경쟁력을 갖게 된다. 예를 들어, 상사에게 보고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서론부터 차분하게 들을 여유가 없는 바쁜] 상사의 입장을 생각해 본다면, 성공적으로 보고하는 방법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바로 핵심적인 결론부터 말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편의점을 떠올려보자. 계산대에서 봉투에 물건을 담아주고 손잡이를 벌려서 손님이 손으로 집기 쉽게 건네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봉투에 물건만 담아 주는 사람이 있다. 식당은 어떤가? 손님이 요구하기도 전에, 미리 밑반찬을 채워주는 사람과 아닌 사람이 있다. 사소한 배려이지만 그 작은 디테일이 쌓이고 쌓여서 성공하는 자와 그저 그런 자가 되는 것이다.


어떤 업종보다 특히, 학생들을 이해시키는 일을 하는 학원 강사는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가르친다는 것은 상대의 시각과 수준에서 바라볼 줄 알아야 함을 기본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의 입장과 관점을 항상 견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항상 발전하고, 과거의 그 어려웠던 개념들이 이제는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어릴 적 어려웠던 학생들의 마음과 그 시선이 잊히기 시작한다. 개구리 올챙이 적 시절 까먹는다는 말이 딱 그 꼴이다.


예를 들어, 고1 수업 준비를 하다 보면, '당연히 알고 있겠지'싶은 중학교 개념들을 쉽게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 강사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개념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강의에 들어가면, 학생들이 그 당연한 것들을 모르고 있어서 당황했던 적이 의외로 많다. 그래서 경력 있는 강사들은 대부분 학생들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 믿지 않는다.


학생들의 시선과 입장은 결국 그들의 니즈(needs)와 이어져 있다. 어느 날 다른 강사분들과 한 술자리에서 앞에 앉아있던 강사분이 '학생들이 잘 못 따라온다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라며 푸념을 한 적이 있다. 그때 내가 들려준 대답은 이랬다.


"선생님, 족구 좋아하세요?"

"족구요? ㅎ 아니요"

"애들도 수학을 그렇게 바라본다고 하시면 될 것 같아요. 나는 관심도 없고 싫어하는데, 점수는 따야 하니, 족구는 배우겠는데... 가르치는 강사는 열의에 넘쳐서 나에게 가위차기 같은 어려운 기술을 강요하는 상황인 거죠."

"그러네요. 그렇게 말씀하시니 이해가 확 와닿네요. 나는 그저 볼만 받는 연습만 하길 바라는데, 관심도 필요도 없는 어려운 기술까지 요구하는 상황..."

"수학을 좋아하는 애들과 수학을 점수 받기 위한 수단으로 바라보는 학생들을 구분을 하고, 그에 맞게 다르게 가르쳐야겠죠"


학생들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우선적으로 그들의 욕구와 시선을 이해하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이 시선을 깨닫기까지는 의외로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이런 시선은 그저 시간이 흐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항상 상대 입장에서 생각하는 자세가 훈련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일을 할 때나 아닐 때나 상관없이 일상생활에서 배려가 몸에 배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벼운 글을 쓸 때에도, 상대 입장에서 어떻게 더 이해할 수 있는지, 더 편하게 읽을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뭔소리인지 모르는 글]


위의 글은 강사 커뮤니티의 댓글 중 하나이다. 행간이 촘촘해서 가독성이 최악이라는 것은 그 사이트 자체의 문제이기에 그럴 수 있다 치자. 띄어쓰기며, 마침표, 쉼표, 따옴표가 하나도 없다. 최소한 2~3번은 다시 읽어봐야 무슨 말인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다. 소통을 하자는 건지, 이해할 사람만 알아서 이해하라는 말인지 모를, 배려 없는 저 글에 심지어 화가 나기까지 한다. 비약이 심할 수도 있겠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나는 이 강사가 학생들을 뒤로 제쳐둔 채, 본인 혼자 신나게 드리블을 하는 수업이 눈에 보인다. 기본적으로 글을 쓸 때 상대에 대한 배려가 하. 나. 도. 없다는 점에서, 배려가 부족한 부분이 평소 생활뿐 아니라, 강의에서조차 녹아든다고 보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시선을 느끼기 위해, 종종 홀로 텅 빈 강의실에 들어가 판서를 해놓고, 학생들처럼 책상에 앉아 내가 쓴 글씨를 보곤 한다. 글자 크기는 적당한지, 글자 색깔은 너무 화려하거나 산만하지는 않은지, 어떤 판서 자세가 학생들의 시야를 덜 가리게 되는지에 대해서 고민을 한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수업을 녹화해놓고 분석하기도 한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강사가 하는 일이다.


마트든, 편의점이든, 식당이든, 학원 강사든 간에 성공하고 싶다면 상대를 알아야 한다. 상대의 시선과 입장을 알고, 욕구(needs)를 알아야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배려가 일상이 되어야 한다. 상대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더 알려는 노력은 습관처럼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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