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애하는 적' - 허지웅
문득 상대방을 대할 때 어떠한 자세로 대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하는 고민이 생겼다. 사회생활에 인간관계에 치대 좀 더 수긍할만한 문장을 어디선가 분명 찾고 있었던 거다.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떠오르는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이 책의 '작가의 말'에서 그는 다른 이들을 '친애하는 적'으로 부르겠다고. 편지에 '친애하는 누구에게'라고 쓸 때처럼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親愛하는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조심할 수 있는 사람으로 대하는 가장 좋은 수식어라고 말했고 나는 이 말이 꽤 근사하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다 읽은 뒤에도 가장 강하게 와 닿고 문득문득 떠오르는 것은 이 책의 제목이었다. 이 책을 읽고 거의 1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도 오늘 밤 빨간색 바탕에 흰색으로 '적'이라는 글씨가 갑자기 떠올라 문득 근사함과는 거리가 먼 의미가 떠올랐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조심하지만 여전히 나에게는 적인 당신을 나는 친애하고 나는 적인 당신에게 지지 않겠다고 마음먹겠다고. 삶에서 가장 좋은 관계는 서로를 통해서 둘이 같이 발전해 갈 수 있는 관계이고 이런 관계를 가장 잘 설명해준 수식어가 '친애하는 적'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을 때나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싶을 때에도 쉽게 보여줄 수 없는 사이가 되고 상대방이 그럴 때에도 섣불리 다가가지 못하는 마음이 존재하는 수식어다.
그도 그 스스로를 차갑게 경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도 말한다. 어쩌면 이 말이 그가 책에서 말하고 싶은 바가 아닐까 싶다. 우리 모두가 같은 고민을 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항상 그 끝에는 고독한 성장이 기다리고 있다. 그 성장의 의미는 육체적인 것처럼 성장하면 다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다시 퇴화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린 서로를 또 스스로를 차갑게 경계하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그런 어른의 삶인 듯싶다.
나는 개인적으로 허지웅의 글을 좋아한다. 그의 글을 읽을 때면 이런 글을 그 밖에 쓰지 못하겠다는 느낌이 든다. 이 책에 모든 내용에 공감할 수 없지만 그의 문장을 읽는 재미가 있었다 적어도 나에겐. 너무 적나라한 빨간 표지가 부담스럽지만 이런 색깔의 책은 생각보다 오래 머릿속에 기억된다 물론 흰 글씨에 제목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