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에살어리랏다 #퇴사요양 #황매산
황매산은 산청의 관광지 중 가장 궁금했던 곳이다. 산청과 합천이 걸쳐진 황매산은 가는 길이 등산로와 차로 두 가지가 있어 편리했다. 5월에 비가 많이 온 터라, 철쭉은 이미 다 떨어지고 없었으나, 민둥민둥한 황매산의 모습 자체로도 충분했다.
한국을 여행하면서 한 번도 유럽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는데, 황매산은 이탈리아가 생각나게 할 정도로 이국적인 곳이었다. 높지 않은 언덕길로 이뤄진 황야, 그리고 중간 중간 있는 떡갈나무들. ‘폭풍의 언덕’ 속 주인공들이 어린 시절 뛰놀았던 MOOR(황야)가 존재한다면 이런 곳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렇게 좋은 곳을 여태까지 모르고 살았다니! 좀 멀기는 하지만 이탈리아보다는 가까우니 유럽을 앓고 있는 주변의 친구들에게도 추천해주었다. 4시간 안에 저렴하게 이탈리아의 한적한 시골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황매산으로 가라고!
황매산 구경을 마치고 가볍게 점심을 먹으러 갔다. 자세히 관찰해보면, 계곡과 산 근처에는 언제나 음식점들이 있는데, 메뉴들은 주로 비슷비슷하다. 도토리묵, 산채비빔밥, 된장국, 백숙 등등 몸에 좋을 것 같은 재료들로 만들어진 음식들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간 식당 또한 비슷한 메뉴에, 겉보기는 그냥 허름해보이는 곳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시킨 도토리묵과 해물파전, 그리고 된장국은 기가 막히게 건강한 맛이었다.
특히 도토리묵은 100% 도토리로만 만들어져서 식감이 새롭고 또 맛도 진했다. 물어보니, 지역의 할머니들이 직접 도토리로 만드는 묵이라고 하셨다. 한 번도 서울에서는 이런 맛을 본적이 없었다. '이때까지 내가 먹은 건, 조금씩 무언가가 섞여서 만들어졌던 거구나..' 하며 도토리묵 한 접시를 해치웠다. 이때부터였나, 내 도토리묵 타령이..? 허름해 보이는 식당도 두 번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