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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아 Oct 14. 2020

매운맛

오늘은 냉파의 날.


시들해져 가는 야채가 너무 많아 모두 꺼내서 베이컨과 함께 볶았다.


뭘로 맛을 낼까 하다가, 요즘 맛 들인 불닭소스를 넣어 맵게 만들기로 했다.


마늘도 많이 넣고 고춧가루도 추가하고 고추까지 썰어 넣어 아주 맵게 만들었더니, 먹는 내내 눈물 콧물 대환장 파티다.


곁들이려고 따라둔 스타우트는 혀가 마비된 탓에 맛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그래도 끝까지 먹었다.

목구멍의 타들어가는 느낌이 고통에서 짜릿함으로 변하는 순간, 이미 매운맛에 중독된 거다.


원래 나는 소위 말하는 맵찔이였다.

우리 가족이 매운 걸 즐기지 않아 자라면서 매운맛에 길들여질 기회가 없었다.


엽기떡볶이가 처음 나왔을 때, 매운 정도 레벨도 따로 없던 그때, 떡을 한 개 먹고는 바로 젓가락을 놔버렸다. 너~~~~ 무 매워서 입 안에서 불이 나는 느낌이었다. 그걸 더 먹다가는 위장에 구멍이 날 것 같았다.


그러다 점점 불닭, 불닭발, 해물찜 등등 엄청 매운 음식들이 등장하고 불닭볶음면이 출시되면서, 호기심이 생겨 하나씩 먹어보기 시작했다.

물론 눈물 콧물 쏟을 준비하고.

쿨피스도 당연히 챙기고.


그렇게 먹으면서 알게 된 건,

첫 입에는 정말 죽을 것처럼 매운데, 울면서라도 계속 먹다 보면 점점 익숙해진다는 거다.

혀가 마비되어가는 건지 매운맛에 익숙해져가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첫 입에는 고통스럽다가도, 어느 순간 그걸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불닭볶음면을 처음 먹었을 때도 그랬다.

처음엔 이런 걸 왜 먹나 싶을 만큼 충격적이었는데 여러 번 먹다 보니 ‘맛’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익숙해졌고, 이후 ‘핵’불닭볶음면이 나왔을 땐 슈퍼에서 발견하자마자 바로 구매했다.

핵불닭볶음면을 먹을 땐 한 젓가락 먹고 요거트 한 스푼 먹고 몇 분 쉬다가 다시 먹기를 반복해서, 다 먹는데 삼십 분도 넘는 시간이 걸렸다.


한동안 경쟁하듯 유튜브 먹방계에 유행했던 파퀴 칩도 대단히 궁금하다.

아주 작게 부셔 한 조각 먹어보고 싶다.


그나저나, 오늘의 요리를 다 먹은 지 한 시간도 더 흘렀는데 내 입술은 아직도 얼얼하다.

도너츠 하나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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