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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아 Oct 12. 2020

내게 아침은 없다


아침형 인간 VS 밤형 인간. 정오에 일어나 오후 한시에 아침을 먹고 있자니, 내 평생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죄책감”이 고개를 쳐든다. 나는 날 때부터 밤형 인간이었고 죽을 때까지 그럴 예정이다.

그리고 우리집 가족들도 모두 그렇다.

아침형 혹은 밤형을 좌우하는 크로노타입은 유전자로 결정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사회가 아침형 인간들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몸의 시계가 훨씬 느린 밤형 인간들은 억지로 몸을 깨우고 반만 깬 상태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들의 아침시간이 생산적일 수 없다는 건 굳이 따져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칠십대인 우리 엄마는 평생 일찍 일어나셨다. 이젠 은퇴를 하셨고, 자식들도 모두 출가를 했으며, 어떤 이유로든 아침에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는데도 일찍 일어나신다.

점심이 되기 전까진 반만 깬 상태로 기분도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데, 그래도 꾸역꾸역 일어나신다.

하릴없이 소파에 앉아 조는 한이 있어도 일단 침대는 벗어나고 보는거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제대로 사는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어진 사회 때문에 생긴 습관이다. 늦게 일어나면 “게으른 자”로 여기는 사회로 인한 죄책감이다.

사회적 세뇌다.

엄마에 비해 훨씬 내맘대로 살 수 있는 성정을 타고난 나는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는 날엔 알람을 맞추지 않는다.

몸의 시계가 알려주는대로 자고 깬다.


그래도 “오후”에 일어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이 죄책감. 자유로워질 순 없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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