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이 되면 영미권 문화에서는 “채식의 달”, “다이어트”, “Veganuary” 등의 단어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12월 전부터 건강 얘기는 저 구석에 미뤄두고 크리스마스 관련 피드들을 올리기 바빴던 각종 소셜미디어는 달력이 1월로 넘어감과 동시에 채식 레시피와 실내운동 동영상들로 다같이 갈아탄다.
그러다 보니 내 눈에 자연스레 들어온 단어가 있다.
Intermittent fasting.
간헐적 단식.
이게 뭔가 궁금해 이리저리 검색하다 보니, 내가 20살 때부터 해 온 밥먹기 방식과 비슷하다.
간헐적 단식이라는 다이어트 요법이 있다는 것도 몰랐던 그 때, 나는 “몸을 움직이지 않을거면 먹지도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소비하지 않을 칼로리를 섭취하면 몸에 남을테고, 그건 영양적 불균형, 즉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외출 후 집에 오면 자기 전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물만 마셨다.
다행히 우리 가족들은 군것질을 별로 하지 않아서 내 허기를 자극할만한 먹거리가 눈에 띄지 않았는데, 딱 한가지 대단히 힘들었던 건, 혈기왕성한 남동생이 밤마다 끓여먹던 라면이었다.
이 때부터 전세계 남동생들이 혐오하는 누나들의 “한입만” 시전이 우리집에서도 등장했다.
아무튼 이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간헐적 단식을 생활화하며 살다 보니, 자연스레 건강한 식습관을 갖게 되었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하루에 한 번만 하게 되니 영양소를 고루 갖춘 건강한 음식으로 한 끼를 하려고 노력하게 되고, 정크푸드로 배를 채우는 일은 피하게 되었으며, 간식 하나를 고를 때도 영양소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몸에 필요한 최소한의 영양소만 섭취하며 살다 보니, 지금 내 몸에 뭐가 부족한지, 뭘 먹어야 하는지를 쉽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이유 없이 갑자기 시큼한 과일이 땡기면 내 몸에 비타민이 부족하단 얘기고, 빵집 옆을 지나지도 않았는데 버터향 가득한 크루아상이 생각나면 몸에 지방을 보충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며칠간 당분 섭취를 거의 하지 않았을 땐 여지없이 도너츠 하나가 간절해진다.
지금 대단히 먹고싶은 음식을 먹는 것이 기분을 좋게 만들 뿐 아니라 내 몸까지 건강하게 해 준다니, 이 얼마나 괜찮은 일인지.
하루 이상 굶은 후 건강한 대왕 김밥을 만들어 먹고 나니 달달한 도너츠가 눈 앞에 둥둥 떠다닌다.
문 열자마자 사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