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실 비우기 프로젝트 그 두 번째 음식 - 베리류 듬뿍 얹은 프렌치토스트.
한동안 푹 빠져 있던 한국식 에그 토스트/샌드위치 때문에, 두껍게 자른 식빵이 냉동실 서랍 한 칸을 차지하고 있었다.
작은 서랍 세 개가 전부인 내 냉동실 중 서랍 하나는 빵 용으로 쓰고 있는데, 사우어도우나 식빵 하나만 넣어도 반이 찬다.
매일 같은 빵을 먹자니 질릴 것 같아, 늘 쟁여두는 사우어도우 외에 베이글, 치아바타, 바게트 등 다양한 빵을 잘라 얼려 두는데, 한동안 이 식빵 때문에 다른 빵을 넣을 공간이 없었다.
이제 한국식 토스트는 먹을만큼 먹었으니, 말랑한 식빵은 한동안 먹지 않을 예정이다.
반이 비워진 냉동실 서랍을 보고 있자니, 뭔가 얹힌 게 쑥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수행해야 할 미션을 마침내 수행한 기분이랄까.
냉장실은 신선한 음식 재료로 채워 넣을 때 기분이 좋은데, 냉동실은 채울 때보다 비울 때 더 기분이 좋다.
앞으로 채워 넣을 새로운 음식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걸까.
아니면 더이상 수행해야 할 미션이 없다는 홀가분함 때문인걸까.
어찌 보면,
미니멀리즘도 같은 게 아닐까 싶다.
비운 것 자체가 좋은건지.
아니면 비워서 새로 채울 수 있기에 좋은건지.
나는 아직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