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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아 Jun 10. 2020

카페 도장깨기

난 진짜 카페에 미쳤나 보다.


해외 여행지에서든,

서울 시내 어느 거리든,

집 근처 골목이든,

카페를 지날 때면 나도 모르게 고개가 자동으로 돌아간다.


비교하자면,

타고난 비주얼을 가진 연예인을 실제로 봤을 때 후광이 비추는 것 같은?

사실 연예인을 실제로 본적이 한 번도 없어서 그 느낌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본 사람들의 그 표현이 뭔지 알 것 같다는 얘기다.

양 옆에 있던 업소는 마치 아웃포커싱 된 것처럼 희미하고, 카페의 외관만 선명하게 보이는 그런 현상 말이다.

지나치고 나서 카페의 이름은 기억나는데,  옆에 있던 곳들은 뭘 하는 곳이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그런 현상.


일단 외관이 눈에 들고,

밖에서 보이는 실내도 훌륭해 보이면 그 카페는 당장 들어가고 싶어 진다.


전 세계에서 연간 국민 일인당 커피 마시는 양이 가장 많은 국가 랭킹 중 상위에 올라있다는 북유럽 국가들에서 여행하던 중에는 그게 가능했다.

여행 중이었고,

하루에 카페 두 세 곳 들른다고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예쁜 카페 수가 너무 많아 가고 싶어도 다 못 가볼 만큼 많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엔 카페가 많아도 너무 많다.

아니 서울까지 갈 것도 없이,

지금 머물고 있는, 김포의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 근처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새 카페가 문을 연다.

건물 하나에 카페 하나는 기본이다.

집 근처 편의점에 가다 발견한 새로운 카페를 보고 ‘아, 다음에 저기 가봐야지.’ 했는데, 그 다음 날 다른 길을 따라 빵집에 가다 또 발견한 다른 카페를 보고 ‘아, 저기도 가봐야지.’ 했다.


서울은 더 심하다.

약속이 있어 서울의 각종 동네에 갈 때마다 후광을 비추며 내 눈을 때리는 카페들이 얼마나 많은지.

눈이 다 피곤해질 지경이다.


그렇게 가보겠다고 찜해놓은 카페의 수는 정말이지 셀 수도 없다.

네이버 지도가 핀으로 바글바글해서 최대 확대를 하지 않으면 지도를 보기가 힘들다.


일본이 열릴 때까지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카페 도장깨기를 해보겠다 마음먹었는데, 아마 1%도 못 가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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