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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로운 Sep 03. 2023

앗차!

허허허, 웃게 되는 순간

새해가 되어 부지런히 이 책, 저 책 다 읽어보고 싶은 욕심에 마음이 동동거려지는 요즘이다. 읽었던 책을 다시 읽어보는 여유도 갖고 싶긴 하지만 왜 이리 좋아 보이는 책들이 계속 나오는지... 어떤 책이 산뜻하고 재미있을까 부지런히 탐색 중이다.


예전에는 웬만하면 바로바로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해서 읽고 쌓아두는 편이었는데 작년에 대대적으로 책장 정리를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무조건 사고 볼 것이 아니라 보관할 책을 사야겠구나 쪽으로. 어느 순간 한계치에 도달하고 보니 되팔기도, 무작정 누군가에게 주기도 애매한, 짐들이 되어버린 책들에게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그 후로 전보다 도서관 이용 횟수를 늘리고 부지런히 대출 반납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왠지 반납 기한에 쫓기는 느낌이 아직 버겁긴 하지만, 덕분에 긴장감을 가지고 바싹 읽는 장점을 스스로 부각하면서.


오늘은 이미 구입했던 책들을 다 읽고 난 후 뿌듯하고도 허한 마음이 들면서 도서관에 가서 책을 고르고 싶은 느낌이 딱! 오는 그런 날이었다. 아이들 유치원으로, 어린이집으로 등원시킨 후에 열심히 집안일하고, 오늘따라 학교에서 여러 통 걸려오는 업무 전화 해결하면서 '이따가 둘째 데리러 가기 전에 도서관 들러야지.' 하는 생각에 괜스레 마음이 들뜨던


시간 계산 완벽하군. 룰루 룰루 집을 나서서 도서관에 들어서는 순간, 앗차! 나는 책을 빌릴 수가 없다는 사실이 불현듯 떠올랐다.


이미 우리가 이렇게 있잖아요.


'내일모레 반납할 책들 잊지 말아야지.' 분명히 생각하면서 아까 집안일을 했더랬다. '스무 권 빠짐없이 챙겨서 미리 담아둬야겠다.' 하면서 스스로 기특했더랬다.

저 스무 권의 책을 빌리기 위해 남편과 나, 첫째와 둘째의 대출이 이미 만땅(!)인데, 또 무엇을 빌리겠다고 사뿐사뿐 길을 나섰는지...


다음에 또 올게요...

딱 발을 내딛는 순간 현실을 자각해서 그나마 다행인 것으로 위안 삼았다. 정성을 다해 책을 고르고서 '대출 불가' 문구를 마주했다면 아마도 조금은 더 허무했겠지. 허허허.

이왕 간 거 신작 책 구경이라도 하랬더니 평소에 울리지는 않는 휴대폰에 왜 자꾸 전화가 오는지. 뭔가 아닌 날은 뭐든, 암튼 안 되는 날인가 보다.


무수히 많은 그런 경험, 앗차! 싶은 순간.

앗차, 앗차, 앗앗차!

사소한, 나만의 허무하고도 웃긴 오늘의 이 순간을 기록해두지 않으면 아무렇지 않게 잊힐까 봐, (사실은 또 이럴까 봐) 타닥타닥 글로 남겨본다.

다음에 아이들과 도서관에 갈 때는 엄마도 책 빌려야 하니 열일곱 권만 고르라고 신신당부해야겠다.


오늘의 앗차! 가 내일의 앗싸! 가 되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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