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a perfect day를 보고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대부분의 전쟁 영화들이 이와 비슷한 주제를 말하고 있을 것이다. 이 영화 역시 통상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완벽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가슴 아픈 시간들을 완벽한(perfect) 날이라 이름 붙이면서 역설로 시작된다. 발칸반도에 위치한 보스니아 내전-
-유고 연방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이슬람교를 믿는 보스니아계와, 세르비아 정교를 믿는 세르비아계, 가톨릭을 믿는 크로아티아계의 세 민족이 민족적 종교적 대립으로 시작한 전쟁-후
구호단체 요원들이 몇 가지 일들을 처리하는 과정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줄거리는 구호단체 요원 맘브루(베니치오 델 토로)와 그의 동료 B(팀 로빈스) 소피 그리고 UN에서 파견한 감시자 카티야가 식수 공급원인 우물에 빠져있는 시체를 꺼내는 과정이 주 이야기다. 시체를 꺼내기 위해서 필요한 밧줄을 구하러 동분서주하면서 그들은 친구들에게 공을 빼앗긴 니콜라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 공을 구해 주기 위해 함께 다니게 된다.
오랜 전쟁으로 물리적 환경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까지 모두 폐허가 되어버린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카메라는 폭탄이 터져 망가진 한 마을을 보여주며 천천히 돌아가고, 니콜라는 그의 미친개에 대해 얘기한다. 그의 개가 미쳐서 아빠를 물자 아빠는 똑같이 보복해야 한다면서 개를 물고 그 뒤 다시는 개가 아빠를 물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표정의 변화 없이 담담히 말해준다.
서로의 사상과 민족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이웃하고 있는 사람들을 죽이고 보복으로 상대를 또 죽이는 전쟁이 끝없이 이어졌던 것이다.
원칙만을 내세우는 UN을 믿을 수도, 그렇다고 서로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마을 사람들을 믿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맘브루와 B는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일과 자신만을 믿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렇게 고군분투했건만 결국엔 쏟아지는 비로 우물물이 넘치고 그로 인하여 시체가 떠오르게 되어 마을 주민들이 합심하여 건져낸다.
이는 UN과 많은 국가 단체들이 협력해서 내전은 종결되었지만 민족 간 종교 간의 갈등은 결국 본인들이 스스로 해결해 가야만 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우리는 우리의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참 많이도 들었었다. 그것에 대한 끔찍하고도 가슴 아픈 사연들을 부모와 친척들로부터 직접 들으며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들을 다졌었다. 한편으로는 그 참상을 실제로 겪지 않았음을 얼마나 안도했던가 모른다.
인간들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 만든 그 종교라는 것이 이렇게도 많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해 왔고 지금도 역시 그러한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며 우리 인간들의 어리석음과 잔인함이 무섭고도 두렵다. 나 또한 그러한 상황에 처한다면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 부모 내 자식을 해치는 그들에게 과연 자비심으로 대할 수 있을까? 나를 문 미친개에게 똑같이 물어서 보복한다는 니콜라의 아빠는 누구나가 될 수 있는 것이기에 말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살아가게 마련이고 아이들은 여전히 공 하나로도 전쟁의 아픔을 부드럽게 할 수 있는 생명력을 갖고 있으니 역사는 계속되는가 보다.
이 암담하고 절망적인 이야기를 시종일관 유머로 풀어나가는 감독과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