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라더-를 보고
확실하고도 완벽한 사고를 쳤다.
말썽쟁이 두 형제. 학원에서 역사 강의를 하는 형 마동석은 숨겨진 유물 찾기에 정신이 없고 동생 이동휘는 회사 생활로 숨 막히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런 형제에게 아버지의 부고가 전해지고 종갓집 자손으로서의 아버지의 삶에 염증을 느끼고 떠난 고향에 마지못해 돌아오게 된다.
힘들게 일만 하다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안타까움이 가문만을 위해 살다 간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되어 형제는 아버지의 죽음에 슬픔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형은 일제시대 때 숨겨진 황금 불상을 찾기 위해서 동생 또한 회사에서의 입지를 위해 필요한 고속도로 동의서를 받아내려고, 가문 어른들의 신임을 위한 거짓 노력을 하게 한다.
묘령의 여인 이하늬(오로라)와의 만남으로 형제는 아버지가 왜 그들에게 모질게 대했는지를 알게 되고 답답하고 무거운 짐으로만 여겨졌던 가문의 전통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다소 진부한 스토리와 대사들로 평범한 코메디물로 보였을 이 영화를 주연과 조연들 각각의 맛깔스러운 연기와 연출, 특히 이하늬라는 한 사람의 여배우로도 영화에 색깔을 입힐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가문이라는 거대한 산-거산 종택- 에 눌려 개인의 삶이 무시되어버린 한 종갓집의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의 삶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가문이 또 누군가에겐 명예와 돈, 체면이 그리고 실체가 없는 욕망이 거산이 되어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형제의 어머니가 그렇게 힘든 삶을 이겨낸 것도 남편에 대한 사랑이었듯이 우리 각자의 거산들도 사랑과 자비로 극복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