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휴지 곽에는 늘 반 장짜리 휴지 조각이 나풀거린다. 한 장이 다 필요 없을 때는 저렇게 반 장만 찢어서 사용하기 때문이다.
집에 반 장짜리 휴지가 나풀거리는 데는 사연이 있다.
십 년 전쯤, 인생에서 만난 가장 존경스러운 분께 '종이는 나무의 목숨이다'라는 말씀을 들었다. 그 말씀이 너무 마음에 와닿아서 나 자신은 물론이고, 딸에게도 휴지를 뽑기 전에 얼마나 필요한지 가늠해 보라고 가르쳤다.
이후 딸은 휴지를 귀퉁이만 찢어서 사용하기도 하고,
반 장만 사용하기도 한다.
이 실천은 아이에게 두 가지 선물이 될 것이었다.
하나는 환경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마음을 키워줄 것이고, 다른 하나는 습관적으로 행동의 결과를 가늠하고 예측하는 뇌 구조를 만들어 아이를 늘 '깨어 있는 사람'으로 만들 것이었다.
작은 실천이지만, 이 실천이 모여 키워진 내적 역량은 아이가 살아가는 순간순간, 상황을 지혜롭게 판단하고 헤쳐가는 힘이 될 것이다. 열심히 도 닦은 엄마의 깨달음 덕분에 딸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돈오점수하고 있는 셈이다.
교육의 결실인지
딸은 친구들 사이에서도 '지혜롭다'는 평가를 들을 만큼 잘 자라고 있다.
순간순간이 모여 미래를 만든다.
그러니 우리도 '기후 변화'를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나무의 목숨인 종이부터 아껴보면 어떨까? 이것은 환경을 지키는 일인 동시에 '지금 여기'에 의식을 머물게 하는 훌륭한 의식 훈련법이기도 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