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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진 아줌마 Oct 20. 2023

선택이 쉬워지는 세 가지 질문

인생 시기별 질문 매뉴얼


선택의 순간은 늘 막막했다.

엉킨 실타래처럼 어디서부터,

무엇을 기준으로 풀어야할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혼란의 오르막을 무수히 넘어

어느덧 삶의 평원에 도달한 지금은

선택이 예전처럼 힘겹지 않다.

경험을 통해 다듬어진

나만의 질문 매뉴얼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혼란스러운 순간이 오면

나는 자신에게 세 가지를 물어본다.



첫째.
실패할 염려가 없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이 질문은 어느 자기계발서에서 읽은 후 내 매뉴얼에 더해진 질문이다. 무의식적 두려움과 회피를 제거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특히 10대와 20대가 반드시 던져봐야 할 질문이라 생각한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부정적 예단은 우리를 위축시키고 특히 의욕을 꺾는 막강한 장애물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가끔 이 질문을 던진다. '몇 명 읽지도 않는 글을 이렇게 힘들여 써야 할까?'라는 회의가 들 때, ‘결국 백만 독자가 생긴다 해도 그만 쓰고 싶어?’라고 물어본다. 당연히 힘들여 잘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백만 독자가 생긴다는 보장은 없지만 내가 글을 쓰고 싶어 한다는 사실은 곧 분명해진다.



두 번째.
내일 죽는다면
오늘 무엇을 하고 싶은가


이것은 매우 고전적인 질문인데, 스티브 잡스가 언급해서 더 유명해졌다. 이 질문은 타인의 욕망에 휩쓸려 삶을 낭비하기 쉬운 30-40대에게 특히 유용한 질문이다.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라캉의 말대로, 자칫 방심하면 내 삶은 타자의 욕망에 휘말려 힘만 들고 보람도 없이 부서지기 십상이다. 바로 그 때,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러면 지금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나의 심적‧물적 자원을 어느 쪽으로 전진 배치해야 할지가 분명해진다.



세 번째.
이것은 영혼에도 가치 있는 일인가?



인도 브라만에는 인생을 25년 주기로 나누어 각기 다른 의무를 부과하는 '아슈라마' 전통이 있다고 한다. 스승 밑에서 배우는 학생기, 집으로 돌아와 결혼하고 생업을 잇는 가장기(家長期). 그리고 가장기를 지나 노년이 찾아오면, 아들에게 가업을 물려주고 은퇴하는 숲생활기와 해탈을 추구하는 출가기를 거칠 것이 권장된다. 인생 전반기는 현실을 경험하며 마음껏 욕망하고, 후반에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영혼의 성장을 보살피라는 가르침이 지혜롭다.


이 질문은 그런 의미에서 쉰을 넘긴 후, 내 질문지에 추가된 질문이다. 젊은 시절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보다는 나쁜 일이라도 일어나는 것이 낫다'는 마음으로 원 없이 욕심도 부리고 무모한 도전도 하며 살았다. 지금 돌아봐도 후회 없는 삶이다. 하지만 이제는 한껏 뻗었던 가지를 거두어, 돌아갈 때 가져갈 열매를 돌보아야 하는 결실의 시간이다. 그래서 이즈음, 나에게 자주 묻는다. '이것은 죽을 때도 가져갈 수 있는 것인가? 영혼의 열매를 가져가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질문은 자연스럽게 무익한 욕망을 비워주고, 내 자리를 젊은 이들에게 양보하게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 주고 가야 할 것은 없는지 살피게 한다. 인생 후반기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욕망 때문에 삶이 힘겹다면 물어보자. ‘지금 내가 가진 것들, 그 중 영혼이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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