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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책이름 Nov 13. 2020

다른 사람 말고,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밤에 읽는 책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제목이 참 좋습니다.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하자는 말.


이 말이 저는 ‘일단 오늘은 나한테만 잘하자’는 말처럼 읽혀서,

책장에 꽂힌 수많은 책을 뒤로하고 이 책을 침대로 데리고 왔습니다.


다시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밤, 책을 펼칩니다.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는 짧은 이야기들과 귀여운 만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침대에 앉아 슥슥 빠르게 읽으면서도, 빠르게 소화되지 않는 페이지들을 자주 만납니다.


다른 무언가를 위해 가장 먼저 내 마음의 안정을 포기했던

지난날의 제가 떠오릅니다.



삶이란 늘, 우리의 뜻과 의지와는 무관하게 흘러갑니다.

정말 열심히 노력했으나 아무도 몰라주는 일이 있는 반면, 설렁설렁했는데 노력에 비해 더 주목받는 상황이 있기도 하죠.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길을 가는 삶의 뒷모습을 자주 지켜보곤 합니다.


책을 읽다 보니 원하지 않은 일만 잔뜩 하고 돌아온 어느 밤이 떠오릅니다.

그런 날엔 퇴근 후, 집에 돌아오는 길. 집 앞 슈퍼에서 꼭 초콜릿을 사서 돌아옵니다. 삶이 실패한 것처럼 느껴져 많은 고민이 밀려오면, 잠시 고민을 접어 두고 맛있는 걸 먹으면 되니까요. 초콜릿은 우리의 의지로 가득 사놓을 수 있으니까요.


초콜릿을 먹으며 가끔 집 앞에 서서 생각합니다.


인생에 좀 서툴면 어떠냐고요.

처음 살아보는 인생, 실수 좀 할 수 있지, 서툴 수도 있지,



달달한 초콜릿을 입에서 녹이며, 초콜릿 같은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그러니 좀 설렁설렁 살아 볼까요.

우리 모두 처음 살아보는 인생이니까요.


나에게만 닥치는 유난한 시련이란 없지 않을까,

어딘가 꼬인 삶이라도 내 삶이라 토닥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새순 같은 나의 오늘의 끝에는

수십 년 살아온 ‘내가’ 굳건하게 버티고 있어 줄 테니까- 하는 생각을 하던

어느 초콜릿 같던 지난밤이 떠오릅니다


산책을 하다가 나뭇가지 끝마다 돋아 있는 새순을 보았다.
크게 자란 나무인데도 새순은 여린 연두색이다.

그러나 반대로, 고작 새순이지만 그것은 큰 나무의 일부이고
어느새 다른 잎들처럼 자랄 것이다.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하는 서툰 신세,
낯선 환경이라도 그것은 새순처럼 나의 일부일 뿐,

그 끝엔 수십 년 살아온 ‘내가’ 버티고 있다는 걸 떠올리면
불안한 마음이 조금 사라지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보았다.




월요일 밤엔 이런 책을 펴고 싶습니다. 주말의 시작, 한 주를 또 열심히 살아갈 내게 꼭 보여주고 싶은 책.

제목을 조용히 따라 읽어 봅니다.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네, 맞아요. 내일 일은 잘 모르겠고, 적어도 오늘은, 오늘은 나에게 잘해주고 싶습니다.

비록 내일 다시 잘해주지 못한다고 해도, 적어도 오늘은. 일단 오늘은.



근래 깨달은 것이 하나 있기를,
나는 평생 무엇이 되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이제 그 마음을 놓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착실히 해나가겠다고.
더 이상 무엇이 되지 못해 괴로워하지 않고 ‘나’를 잘 살겠다고.

https://bit.ly/2IKp7Hm



밤에 읽는 책

 마음이 쓸쓸한 어느 밤,

침대에 앉아 읽기 좋은 따듯한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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