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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책이름 Feb 25. 2021

매일 부지런히 지어먹는 나만의 행복

밤에 읽는 책 │ 양식당 오가와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부엌에서 달그락달그락 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방금 밥을 먹은 것 같은데 돌아서면 또 만들고 다시 음식을 만드는 저를 보면서 '이러니 살이 찌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나는 부지런히 하루를 지어먹고 있구나'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나를 위해 작지만 단단한 온기를 쌓는 시간들.

그 시간들을 떠올리며 오늘은 이 책을 꺼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소설 <츠바키 문구점>을 쓰신 오가와 이토 작가님의 에세이 <양식당 오가와>입니다.



<양식당 오가와>는 오가와 이토 작가님의 먹고 나누고, 다시 먹고 나누는 다정한 온기가 담겨있는 책입니다. 추운 날엔 마음까지 뜨끈해지는 그라탕을, 봄이 되면 미나리를 듬뿍 넣은 샤부샤부를, 혼자 있는 밤엔 좋아하는 음악과 레드와인을-


계절과 시간, 날씨에 어울리는 맛을 찾아 소소하지만 자신만의 단단한 온기를 쌓아가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훌쩍 배가 고파지기도 합니다. 소박하지만 동시에 풍요로운 삶, 과한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서, 오늘 찾을 수 있는 행복을 꼭 발견하고 누리는 삶.


그런 작가님의 이야기를 읽고 있다 보니, 매일 부지런히 행복을 지어먹는 삶이란 게 무엇인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됩니다.



<양식당 오가와>에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어쨌든 나는 건강하고 씩씩하게 살아가고 싶다.
아무리 진흙탕에 발을 담그고 있어도
태양을 향해 나아가는 인생을 살고 싶다.
- 『양식당 오가와』 중에서


쓰나미로 가족을 잃은 뒤 새로운 희망을 좇기 시작한 한 소년의 이야기를 전하며 작가님이 하신 말씀인데요. 비록 지금 우리가 처한 삶의 모양이 슬프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양을 향해 나아가는 인생을 살고 싶다는 작가님의 목소리는 제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저는 가까운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었다거나 스스로가 싫어져서 마음이 아픈 날이면 집에서 소박하지만 좋아하는 음식을 해 먹는 규칙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날은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가장 먼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로 정성 가득 음식을 합니다.


비록 마음속은 엉망이고 진흙탕 같지만, 야채를 썰고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추고 햄을 굽고.. 그러는 과정들 속에서 용기를 찾으려고 합니다. 오늘을 흘려보내고 내일로 갈 용기, 그러니까 태양을 향해 나아가는 용기.


그렇게 완성된 한 그릇의 음식을 먹으며 다정한 위로를 스스로에게 건넵니다. 그리고 다짐하죠. 내일의 나는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하고요.





내일을 살아간다는 것. 비록 지금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해도, 철마나 덜컹대고 넘어지고 틈이 생기는 삶이라고 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을 살아가는 우리. 내일을 살아가기 때문에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기쁨을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작은 기적들에 요란스레 감탄하는 태도가 필요한 게 아닐까요.


<양식당 오가와>를 읽으며 생각해 봅니다.

다정한 작가님의 이야기 속에서 내일, 아니 오늘을 살아가는 태도를 배워봅니다.





잠들기 전, 침대에 앉아 생각해 봅니다.


오늘 내게 찾아온 행복은 무엇이 있었지?
내가 눈치채지 못한 기적이 있었을까?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꺼내서는 기쁨, 즐거움, 행복 같은 다정한 이름을 붙여봅니다.

음식처럼 오늘도 다 음미하기 나름이니까요.


내가 발견하지 못한 보통날의 기적을 침대에 앉아 셈해봅니다. 그렇게 발견한 오늘의 작은 기적들. 기적들을 곱씹어 보며 그래도 오늘 나 행복했구나 생각해 보는 밤입니다.


이번 주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









밤에 읽는 책

마음이 쓸쓸한 어느 일요일 밤,

침대에 앉아 읽기 좋은 따듯한 책을 추천합니다.

* 댓글과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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