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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책이름 Feb 18. 2021

언 마음을 녹일 '따끈한' 곳이 필요한 당신께

밤에 읽는 책 │오리네 

어제는 겨울의 눈이 다시금 내렸습니다.


며칠 날씨가 따듯해 '이제 정말 봄이구나!' 싶었는데, 다시 눈이 내렸어요.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이 아름다우면서도, 길어지는 겨울의 그림자가 봄의 다정함이 가린 것 같아 이러다 다 얼어붙는 게 아닐까 서운하기도 합니다.


반짝이며 떨어지던 눈송이들. 창문을 활짝 열고 구경하는데, 눈송이 하나가 코끝에 사뿐히 내려앉았습니다. 앗, 차거! 할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히 느껴지는 겨울의 온도.




창문을 오래 열어둔 탓일까요, 코끝뿐 아니라 발끝도 시려왔어요. 수면양말을 꺼내 신고 따듯한 이불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곤 온몸을 돌돌 말고 빨리 온기가 퍼지기를 기다리죠.


이런 날엔 따듯한 욕조에

몸을 풍덩 담그고 싶습니다.


그러고 보면 어렸을 때부터 엄마랑 가끔 갔던, 입장할 때부터 뿌연 증기에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 같던 찜질방의 풍경이 그립기도 합니다. 오늘 펼친 밤에 읽는 책은, 귀여운 오리네 가족이 운영하는 『오리네 찜질방』입니다.




어서 오세요, 오리네 찜질방입니다!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여름 내내 휴가를 떠났던 오리 가족이 돌아와 '오리네 찜질방'을 다시 엽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오리네 찜질방을 찾은  단골손님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찜질방의 따스함을 즐기지요.


딱딱한 조롱이떡 아저씨는 마사지 한 번에 말랑말랑해져 생기가 넘치고, 도무지 대화라곤 없었던 고구마 노부부는 오랜만에 속 깊은 대화를 나누고, 손자와 단둘이 찜질방을 찾은 브로콜리 할머니는 얼굴 가득한 주름 사이사이마다 미소가 번집니다.


새로운 2021년이 되었는데도, 이상하게 몸과 마음은 작년의 피로를 그대로 흡수하고 올해로 넘어온 듯 찌뿌둥하고 지칩니다. 아마도 집콕과 겨울이 길어지며 자유롭지 못한 날들이 늘어나기 때문인 것 같은데요.


그래서일까,

따끈하고 포근한 온도가 그립습니다.




뭔가 그 속에 들어가 있기만 해도 꽁꽁 얼었던 마음이 쓱 녹아버릴 것 같은, 굳게 닫혀 있는 겨울의 문이 사르르 흩어져서 활짝 열려버릴 것 같은 그런 온도요.


불가마에서 송골송골 땀을 쫙 빼고 찜질방에 맛있는 음식을 시켜서 사이좋게 나눠 먹고 시원한 음료를 크 들이키면서. 그리고 깨끗하게 뽀득뽀득 씻고 나면 숨어있던 뽀얀 얼굴이 쏙 드러나던 따끈한 기억들.


오리네 찜질방은 아이들뿐 아니라 동네 아주머니, 아저씨, 할머니, 가족, 친구, 이웃이 함께 정답게 어우러지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뜨거운 수증기, 서걱거리는 식혜,
기분 좋은 노곤함, 아이들의 웃음소리, 시원한 물줄기.
생각만 해도 따스운 것들이 송골송골 떠오릅니다.



몸과 마음이 움츠러들게 되는 요즘, 빨리 이 길고 긴 겨울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뜨끈뜨끈한 온도 속에서 몸을 녹일 수 있는 찜질방에 가서 언 손과 발을 사르르 녹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날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살아가는 쪼글쪼글하고 지친 마음이, 오리네 찜질방을 읽으니 훈김 가득한 찜질방에 쏙 들어온 기분입니다.


그래서

조금은 더 견딜 수 있어,

지금은 힘들지만 곧 모든 것이 괜찮아질 거야,

하는 생각도 들고요.




반질반질해진 모습으로 찜질방을 나서는 손님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배웅하고, 다시 내년을 기약하며 오리네 찜질방 문을 닫고 휴가를 떠나는 오리 가족.


그들이 다시 돌아와 찜질방을 여는 것처럼

그리운 그날들도 분명히 돌아올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이번 주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









밤에 읽는 책

마음이 쓸쓸한 어느 일요일 밤,

침대에 앉아 읽기 좋은 따듯한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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