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매일쓰기의기적
그해의 봄은 참 새로웠다.
오랜 장거리 연애가 끝이 나고, 소개팅으로 만난 연하 남과 잠시 봄바람을 맞았던 그 해.
내 마음처럼 벚꽃이 만발하는 시기였다.
오랜 연애를 했던 남자친구를 아직 잊지 못하고 있기도 했던 그때, 소개팅으로 그 남자를 만나는 일은 집에서 열심히 집안일을 하다 잠시 외출을 한 기분이었다.
남자라고는 한 사람 밖에 몰랐던 나에게 두 번째로 찾아온 풋풋함이었다.
잠시 살았던 서울근교의 혜택을 그 연하남과 마음껏 누렸다.
그날은 대학로를 갔다가 연극을 보고, 연세대 교정을 산책했던 날이었다.
말로만 듣던 연세대학교에서 산책을 하니 다른 대학생들처럼 더 산뜻하고 싱그러워지고 싶었을까?
아니면 교정길 따라 만발한 벚꽃나무가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을까?
보슬비 같은 벚꽃잎을 맞으며 꽃채운 길을 하릴없이 걷는데,
문뜩 연하남이 손바닥을 가슴까지 올리고, 떨어지는 벚꽃을 잡으려 했다.
따라 하는 날 보며 그는 덫니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었다.
나도 웃었다.
벚꽃잎을 잡으려던 내 손위에 그의 손바닥이 겹쳐졌고, 깍지를 꽉 낀 채 움켜쥐는 것이었다.
오래된 연인과는 한 달 이상이 걸린 손잡기였는데, 이 남자와는 딱 두번 만의 만남에서였다.
확실히 봄바람은 무섭다. 깍지를 끼어 잡은 손은 뺄 수 없었기도 했지만,
나는 아무런 거부조차 하지 않고 그대로 그의 손을 잡고 오랫동안 남의 학교 교정을 걸었다.
마음엔 딴 남자를 품고서 말이다.
싫지 않은 순간이다.
평생 딱 한 남자와 교제하고 결혼 한 줄 알았는데,
나에게도 벚꽃나무와 함께 돋아나는 설레는 딴 남자와의 추억이 있다니 말이다.
:봄이 오면 나는 다시 노래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