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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지혜 Aug 23. 2024

초1 육아휴직을 마치며

휴직하길 잘했다!

  짧을 줄 알았지만 지나고 보니 정말 짧았던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첫째를 위한 6개월간의 육아휴직이 끝나간다. 이제 이번주에 나는 복직을 한다. 6개월간의 육아휴직을 돌아보려 했는데 나의 만 6년간의 육아를 돌아보게 된다. 나 지금 아이들을 잘 키우고 있는 걸까?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먼저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주위에 보고 듣는 게 많지 않았다. 늘 그래왔듯 책에서 지혜를 찾으며 그때그때 육아 고민들을 해결하기에 급급했다. 그나마 직장인 학교에 출근하면서 선배 선생님들께 조금씩 조언을 구할 수 있었다.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니 이제 가정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자녀 교육의 지경이 단숨에 넓어지는 것을 느낀다. 자녀의 대인 관계부터 학습, 정서적 부분, 사교육까지 신경 쓸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물론 앞으로도 내 아이의 속도와 특성에 맞춰가며 그때그때 육아 상황에 대응해 가야겠지만 우리 부부에게 자녀를 육아하는 큰 그림과 방향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내 아이들이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걸까.

  남편과 나는 성장하면서 비교적 많은 것들을 누린 사람들이다. 특히 교육적인 면에서 그렇다. 그래서인지 내 아이들을 키울 때 내 마음속에 양가부모님이 우리를 키울 때처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기는 어렵겠다는 어떤 한계를 지어왔던 것 같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우리 아이들이 나와 남편만큼의 성취만 이루어도 잘 큰 것이라는 생각에 갇혀있었던 것 같다.

  아이를 키우면서 초등 1학년 때부터 수학학원을 보내야 하는지 아닌지 그런 것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분명히 알겠는 것은 아이는 부모의 기대를 먹고 자라난다는 것이다. 내가 아이의 세상을 한계 지으면 아이도 그 경계선 안에서 안주할 수 있다. 해외를 경험한 우리 부부의 선택은 우리나라에서 평생을 사는 것일지라도, 내 아이들은 해외를 경험하지 않고도 해외에서 사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내 아이의 인생은 내 것이 아니다. 나는 그저 부모로서 이 아이의 가능성을 믿고 격려하고 지원할 뿐이다.

  자본주의이자 능력주의인 우리나라 사회에 살아갈 거라면 자기 삶을 스스로 꾸려나갈 만큼의 경제적 능력도 있으면 좋겠고 경쟁을 즐길 줄 알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게 전부인 삶을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나님을 경외하고, 세상의 아름다움도 알고, 무용하다는 것들의 가치를 추구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내 아이들을 통해 주변 사람들이 더 행복해지고 세상이 더 좋아지면 좋겠다. 한 번뿐인 인생, 하고 싶은 것들 마구 도전하면서 누리며 살면 좋겠다. 죽는 날 충만한 삶에 감사하며 눈감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이십 년간 내 품에서 그런 삶을 연습하는 것이다. 부모인 내가 그런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렇게 사는 거야' 마음에 새겨주는 것이다. 그러면 언젠가 내 품을 떠나 자기만의 세상을 완성해 나갈 때 닮은 삶을 살아갈 것이다.

  몇 살에 무슨 학원을 가고 무엇을 공부하는지가 인생에 결정적일까. 어떤 친구를 반드시 사귀어야만 하는 걸까. 그저 흘러가는 서로의 인생 가운데 아이와 함께 지혜를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다. 배우는 것이 즐겁다고 느낄 수 있도록 다소 지루하지만 성실하게 공부 습관을 들여간다.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지만 그때마다 자기다움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애쓴다. 세상의 무용한 것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같이 체험하고 느낀다.

  조바심을 내려놓는다. 엄마로 살아가는 내 삶도 풍요롭고 아름답기를 바란다. 아이의 삶을 위해 내 삶이 매몰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야 내 아이도 언젠가 부모가 되었을 때 그렇게 살 수 있을 테니.

  휴직 기간 동안 아이를 천천히 기다려줄 수 있어 참 좋았다. 아이의 모든 필요에 내가 일 핑계를 대지 않고 도움을 줄 수 있어 좋았다. 아이가 매일매일 크는 것을 섬세하게 관찰할 수 있어 좋았다. 아침저녁 건강한 요리를 해줄 수 있어 좋았다.

  6개월간 매주 꾸준히 운동을 다녔고, 원고를 투고해서 출판사 미팅도 했고, 자습서도 집필했다. 6월 봄날에 긴 가족 여행도 다녀왔다. 유럽여행도 다녀왔다.

  첫째에게 학교를 다니는 즐거움과 책 읽는 재미를 알려주고 싶었는데 대강 성공한 것 같다. 둘째와 친해지고 싶었는데 먼저 다가와서 안기고 뽀뽀해 줄 만큼 부쩍 친밀해져서 행복하다. 그럼에도 가장 크게 남는 아쉬움은 둘째와 둘만의 시간을 갖지 못한 것이다. 겨울방학 때는 둘째와 둘만의 시간을 꼭 갖기로 다짐한다.

  이제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돌아간다. 학부모인 내가 더 좋은 선생님으로 성장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여러 두려움이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학교에서 행복하리라. 내가 엄마인 것도 선생님인 것도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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