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2주쯤 지났을 때 학교 방과후수업이 개설되었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방과후수업으로 처음 바이올린을 배웠던 기억이 난다. 그 외에는 주변 엄마들에게 요즘 인기 있는 방과후 수업은 대학 수강 신청보다 더 치열한 경쟁이 붙어 수강 신청이 녹록지 않다는 소문만 들었다.
방과후수업 목록을 보니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수업이 열렸다. 줄넘기, 축구, 댄스, 요리, 공예, 주산, 바이올린, 종류별 과학 수업 등. 매일 방과후 수업만 잘 들어도 일주일이 아주 재미있고 바쁠 것 같았다. 이렇게 방과후 수업이 잘 되어있는 줄 알았다면 학교 끝나자마자 영어학원에 보내지 말걸 후회하는 마음도 들었다. 아무튼 당장은 화목 방과후에는 영어학원을 다니고 있기 때문에 월수금에 열리는 수업만 들을 수 있었다.
엄마인 나의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과학이나 주산, 논술, 바이올린과 같은 실제 수업을 들으면 뭔가 남는 게 있는 것을 배웠으면 했다. 그래서 수업 세 개 중 하나는 내가 고르고 나머지 두 개를 봄이에게 고르라고 할까 고민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니 초등학교 1학년 1학기에 가장 중요한 건 '학교가 즐겁다'는 인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학기는 온전히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하고 즐기게 해줘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아이에게 세 개의 방과후 수업을 모두 고르라고 했다.
봄이는 우선 자신이 듣고 싶은 수업을 체크한 뒤, 친한 친구들에게 어떤 수업을 듣는지 물어보고 조율했다. 그 결과 엄마의 욕심과 아무 관련 없는 공예, 댄스, 요리 수업을 선택했다. 이미 봄이가 선택했으니 엄마인 나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수강신청에 성공하는 일만 남았다.
어느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지 알 수 없지만, 1분기 신청자를 우선으로 남은 분기 수강자도 정한다고 하기에 1분기 수강 신청을 성공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게 느껴졌다. 미리 종이에 수강신청 화면에 있는 목록대로 그림을 그려두고 클릭하는 연습을 한 뒤 정각이 되자마자 빠르게 연습한 대로 클릭을 마무리했다. 대학 때 수강신청하러 대학 가장 가까운 피씨방에 가서 초시계를 띄어놓고 수강신청하던 이십 대가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났다. 역시 나의 수강 신청 스킬은 녹슬지 않아 빠른 우선순위로 모든 방과후 수업 신청에 성공했다. 재밌는 것은 이번 1학년부터 학생수가 많이 줄어서 깜빡하고 뒤늦게 신청한 엄마들도 대기 끝에 모두 원하는 과목을 수강신청했다는 점이다.
이제 방과후 수업을 들은 지도 한 달이 훌쩍 넘어간다. 그리고 봄이는 학교 정규 수업보다 방과후 수업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일어날 때면 "오늘 요리 방과후 수업에서 도시락 만드는 날이지!"라고 말하며 기대한다. 방과후 수업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양질의 수업이었다. 공예 수업에서는 연필꽂이처럼 일상에 실용적인 것들을 주로 만드는데, 예쁜 쓰레기를 만들지 않도록 선생님께서 신경 쓰신다는 게 느껴졌다. 댄스 수업은 한 달 만에 노래 한 곡을 마스터해서 영상까지 찍어 부모들에게 보내주셨다. 요리 수업은 엄마들이 그날을 기대할 정도로 양질의 맛있고도 다양한 음식을 매번 만들어 보내주셨다. 아이들이 정말 실력 있는 선생님들에게 다채로운 수업을 받는구나 싶고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나도 듣고 싶다, 그 수업...!
막상 봄이가 즐겁게 방과후 수업을 배우니 이 수업들이야 말로 평생 남는 수업 아닌가 싶다. 대학 전공과 직업을 정하기 전에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평소 학교 수업이나 가정에서 채워주기 어려운 영역들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아이의 흥미와 선택을 존중하는 엄마가 되어야지 다짐해 본다. 우리 봄이의 삶에 앞으로도 행복하고 새로운 경험들이 가득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