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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지혜 Apr 09. 2024

내 아이의 첫 번째 공개수업에 다녀와서

  첫째 딸 봄이의 초등학교 1학년 공개수업에 다녀왔다. 그동안 선배 엄마들로부터 초등학생 자녀의 공개수업은 절대 빠지지 않고 어떻게든 다녀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온 터라 궁금하고 기대되는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공개수업 때 샤넬 백 들지 않은 엄마가 없다는 엄청난 이야기에 괜스레 신경 쓰이기도 했다. 유치원에서는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생활하던 봄이가 초등학교에서는 어떻게 지내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떠올려보면 내가 초등학생 때 엄마가 교실 뒤에 서서 나를 지켜보던 장면이 생생하다. 매번 내 눈에 우리 엄마가 가장 예뻐서 엄마가 학교에 오면 어깨가 저절로 올라가는 것 같았다. 엄마가 학교에 다녀가면 친구들의 "너네 엄마 정말 예쁘다"라는 말에 괜히 자신감이 붙었던 것 같다. 나의 친정 엄마 같은 미모는 자신 없지만 봄이에게도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겨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봄이에게 "엄마 내일 학교 가는데 어떻게 하고 갈까?"하고 물어봤다. 봄이는 자기 취향대로 내게 분홍색 치마를 입고 반묶음 머리를 하고 화장을 특별히 예쁘게 하고 오라고 했다. 그 말이 너무 웃겼다. 요즘 대세는 꾸안꾸(꾸민듯 안 꾸민듯한 자연스러운 느낌)라서 분명 엄마들이 화사하게 꾸미기보다 자연스럽게 꾸미고 올 텐데 분홍색 치마를 입고 가면 눈에 띄고 민망할 게 분명했다. 잠시 고민했지만 어차피 내 아이 눈에 제일 예쁘게 보이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아이가 원하는 대로 옷을 입었다. 가방도 기왕 드는 거 가진 것 중 제일 좋은 가방으로 들었다. 봄이를 등원시키고 공개수업까지 남은 시간 동안 학교 근처 카페에서 같은 단지 초등학생 학부모들과 커피를 잠시 마셨다. 그리고 봄이의 교실로 들어갔다.


  교실 뒤쪽에 서서 바라보니 코감기에 걸려 아침에도 약을 먹고 간 봄이가 아침에 매준 스카프를 둘러매고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손수건을 꺼내 코를 풀고 있었다. 딱 봐도 컨디션이 좋지 않고 힘들어 보였다. 그래도 내가 온 것을 확인하고는 기운을 내는 것 같았다. 거의 모든 학생의 어머니들이 교실에 왔고 내 예상대로 분홍색 옷을 입은 사람은 나 하나뿐이었다. 대부분 베이지와 블랙으로 시크하고 심플한 차림으로 왔다. 세 분 정도의 아버지들도 오셨는데 공개수업을 보고 나니 다음에는 꼭 남편과 함께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봄이가 수업시간에 저렇게 오래 앉아서 선생님께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남편이 보면 훨씬 더 봄이를 잘 이해하고 보듬어줄 것 같았다. 아이들이 자신의 부모가 온 것을 확인하고 안도하는 표정을 보니 앞으로 학교 공개 수업은 어떻게든 참석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초등학교 수업은 유치원 수업과는 달랐다. 분명한 교육적 목표가 있고, 아이들이 질서와 규칙을 배울 수 있도록 가르치는 분위기였다. 담임선생님께서는 베테랑답게 한 번도 큰 소리를 내지 않고 조곤조곤 말씀하시면서도 능숙하게 아이들을 다루셨다. 봄이가 수업의 모든 활동을 야무지게 해낼 거라 생각했던 나의 예상과 달리 컨디션이 나빠서인지 활동을 한 번에 이해하지 못하거나 발표를 할 때 작은 목소리로 수줍게 발표했다. 그러나 활동을 이해하지 못했을 때 선생님께 손을 들고 도와달라고 요청을 했고, 아는 것이 있을 때면 손을 들고 반짝반짝하는 동작을 하며 발표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기특했다. 마지막에는 집에서 밥 먹을 때 삐딱하게 앉는 것처럼 수업 시간에도 다리를 꼬고 앉아 있어 신경 쓰였다. 그러나 오늘은 봄이가 집에 오면 무조건 칭찬을 해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평소 집에서 식탁에 앉거나 책상에 앉을 때 바르게 앉는 연습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수업의 주제에 따라 자신의 장점을 말하는 순서가 있었는데 대부분의 친구들이 '나는 줄넘기, 그림 그리기, 심부름을 잘해요'라고 대답한 반면 봄이는 '나는 식물을 잘 키워요'라고 대답했다. 봄이가 작년에 유치원에서 받아온 화분에 스스로 매일 물을 주며 정성스럽게 키우고 있는데, 자신이 키운 식물이 죽지 않고 잘 자라는 게 봄이에게 큰 자부심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아이에게 일상의 작은 경험들이 모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실제 학교 수업을 보고 나니 담임선생님께서 어떤 분이신지, 봄이의 친구들은 어떤 아이들인지, 수업 시간에 내 아이의 태도가 어떤지 확인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부모님들이 학교에서 내 아이가 어떤지 정말 많이 궁금해하고 그것을 알고 나면 학교와 교사를 더욱 신뢰한다는 것도 느꼈다. 그래서 육아휴직을 마치고 내가 다시 교사로 고등학교에 돌아가면 보다 더 적극적으로 학부모님과 소통하고 아이들의 생활을 전달하려고 애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생인 아이들이 어련히 부모에게 잘 전달하려니 생각하고 항상 학생과 직접 소통하고 부모님에게 전달하는 연습을 시켰는데, 오히려 사춘기 아이들이 집에 가서 더 부모님과 소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학교에 입학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학부모의 입장에 대해 정말 많이 생각해 보게 된다. 다시 한번 내가 엄마 선생님인 것이 참 다행이라는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첫 아이를 키우며 하는 경험들이 새롭고 낯설지만 그 경험을 통해 내 지경이 넓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아이가 자라나며 매번 새로운 고민들이 생겨나지만 아이가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과정이 행복하다. 내게 이런 행복을 선물해주는 아이에게 나도 선물 같은 부모가 되어야지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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