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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지혜 Apr 15. 2024

내 아이의 미래가 그토록 암울한가요

  경제 공부를 하느라 신문을 챙겨 읽고 미래 전망에 대한 책이나 칼럼, 방송들도 챙겨보는 편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부쩍 내 마음이 답답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요즘 내가 듣고 있는 정보들이 대부분 내 아이들의 암울한 미래를 예측하는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이대로 한국 사회가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는 일자리가 없을 테고, 부모의 재력으로 아이들의 경제 수준이 양극화될 것이고, 급여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유명한 모 사교육 업체의 대표가 방송에서 앞으로 미국 이민이 답이라는 식의 언급을 하고 그 회사에서 미국 이민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런 이야기들을 반복해서 듣다 보니 지금이라도 아이 둘 영어 교육에 열심을 내서 미국으로 보내야 하나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 고령화 문제, 청소년 자살 문제, 미래 산업 문제 등이 심각하다는 것은 객관적인 자료들을 통해서도 사실이라는 것을 안다. 현재 어른인 우리들이 앞으로 어른이 될 다음 세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이 문제들을 다루고 해결하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온통 절망적인 말들뿐이라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힘이 빠진다. 심지어 이렇게 암울한 미래에 아이를 낳는 부모들이 어리석고 이기적이라는 조롱까지 인터넷에서 발견했다.

  그런데 학교에서 고등학생들가르치는 교사이자, 여덟 살 딸과 다섯 살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인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키우며 매번 희망을 본다. 요즘 아이들 인성 개차반이라고 mz라는 말로 묶어 비난하지만 여전히 나는 나보다 더 마음이 따듯하고 생각이 깊어 오히려 내가 보고 배우는 아이들을 매년 만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의 정성과 사랑으로 자라서 대체로 상식적이고 성실하다. 그 어느 때보다 교육열과 경쟁이 과열된 이때를 견뎌온 아이들이 갖고 있는 힘이 있다. 패드 학습으로 집중력이 도둑맞았다고 하지만 그만큼 우리보다 훨씬 기기친화적이고 패드를 활용해 학습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수행평가와 발표 중심의 교육을 일찍부터 받아온 아이들이라 이전 세대보다 발표력과 표현력이 우수하다. 가정에서 한 두 명의 자녀로 집중적인 돌봄과 지원을 받고 자라서 자존감이 건강하고 다양한 체험과 경험을 많이 해왔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을 잃었다고 하지만 미래 비대면 사회에 적응하는 연습을 한 아이들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학교에서 코로나 이후 매우 빠른 디지털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데, 이 아이들은 앞으로 AI가 주도할 4차 산업 시대를 아주 민첩하게 적응해 나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나라가 망한 일제강점기에도 뛰어난 독립운동가들은 학교에서 다음 세대를 가르쳤다.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에서 인정받는 경제 강국이자 IT 강국이며 교육 강국이다. 이 세 가지의 타이틀은 객관적인 지표로 입증된 사실이다. 비록 우리 사회가 당면한 해결해야 하는 많은 사회 문제들이 우리 앞에 놓여있지만 우리는 지난 반만 년의 역사동안 그래왔듯이 또다시 잘 이겨내고 잘 살아갈 것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전 세계의 많은 나라들 가운데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보다 더 안전하고 풍요롭게 살 수 있는 나라는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다. 나는 그런 희망으로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내 자식을 기른다. 이 아이들이 살아가며 만들어갈 미래가 진심으로 기대된다. 늘 다음 세대는 기성세대보다 발전했다. 기원전에도 '요즘 애들은 싸가지가 없다'라고 적힌 벽화가 있다고 하지 않던가. 이렇게 정성 들여 키워내고 있는 우리 다음 세대 더 많이 아껴주고 잘 가르치고 희망을 품었으면 좋겠다. 이민 밖에 답이 없는 헬조선이 아니라 기성세대가 열심히 노력해서 내 자식에게 물려주려 했던 좋은 나라임을 다시 한번 기억했으면 좋겠다.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이 부대낌을 통해 더 나은 사회가 되기를 교사로서 부모로서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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