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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지혜 Apr 01. 2024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에게 쓰는 편지

  봄이야, 안녕? 엄마야. 이제 한글을 제법 잘 읽고 써서 종종 엄마에게 사랑의 말들이 가득 담긴 편지를 써주는 봄이인데 엄마가 편지를 써주는 건 처음인 것 같아. 왜 그랬을까. 항상 봄이와 함께 있어서 봄이가 엄마 마음을 다 알 거라고 생각했나봐. 봄이는 엄마가 옆에 있어도 그림으로 편지로 그 마음을 표현해줬는데 말이야. 앞으로는 우리 딸에게 더 자주 편지를 써줘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네. 

  봄이야. 내일은 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날이야. 오늘 우리 새 책상을 들일 수 있도록 봄이 방을 정리하고, 내일 입고 갈 새 옷도 꺼내놓고, 준비물도 챙겼지. 미용실 가서 머리도 자르고 따듯한 물로 목욕도 하고 손톱도 자르고. 뭔가 중요한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설레고도 긴장되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낸 거 같아. 겉으로 크게 티는 내지 않아도 매일 "엄마 오늘 목요일이지? 입학식은 다음주 월요일이잖아."라고 말하면서 입학식 날짜를 되새기는 너를 보며 봄이 나름대로 초등학교 입학에 마음을 많이 쓰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

  봄이야. 엄마 요즘 되게 행복하다? 엄마 딸이 이제 여덟 살이 되어서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가는데 엄마가 걱정되는 게 하나도 없어서. 오히려 학교 생활도 행복하게 해낼 봄이가 벌써부터 기대돼. 공부든 음악이든 미술이든 뭐든 배우는 걸 즐거워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하는 너. 낯선 곳에 가서도 또래 친구를 만나면 먼저 다가가서 "안녕? 너 몇 살이야?" 인사하고 친구로 만드는 너. 선생님 말씀이라면 꼭 들어야한다고 숙제 한 번 빼먹지 않는 너.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면 세상 행복한 얼굴로 하하 웃으면서 신나게 노는 너.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들께 끊임없이 그림과 편지와 선물로 사랑을 표현하는 너. 엄마 아빠의 좋은 점을 많이 닮은 봄이를 키우면서 엄마가 행복하게 살아온 유년시절을 봄이도 살아가는 거 같아 덩달아 기분 좋아져.

  그런데 엄마의 초등학생 시절을 떠올려보면 많은 즐거움 속에서도 힘들고 속상하고 무서운 일들도 종종 있었어. 엄마는 초등학생 때 외할아버지를 따라 전학을 세 번이나 했는데 그때마다 새로운 학교에서 새 친구들을 사귀는 게 참 긴장되는 일이었던 것 같아. 또 어느 날은 갑자기 내가 우리 반 왕따라는 것을 확인하고 일기장에 죽고 싶다고 썼던 적도 있었어. 다 기억나진 않지만 그렇게 힘든 때마다 엄마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도움을 받으며 잘 이겨낼 수 있었어. 그래서 봄이야. 엄마가 딱 하나만 부탁할게. 학교를 다니면서 네가 겪는 어려움과 힘듦이 있을 때 아빠 엄마를 믿고 꼭 이야기해줘.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빠와 엄마는 강한 어른이라서 봄이를 지켜줄 힘이 있거든. 그러니 아빠 엄마가 속상하거나 혼낼까봐 걱정하지 말고 꼭 나눠줘. 아빠 엄마는 어떤 일이 있어도 끝까지 봄이를 믿고 사랑하고 지켜줄 사람들이니까.

  앞으로 초등학생 봄이와 함께할 새로운 모든 시간들이 진심으로 기대된다. 언젠가 우리 단둘이 기차 타고 여행도 꼭 가보자! 사랑하는 하나뿐인 내 딸 봄아~ 초등학교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해! 봄이의 그 모든 순간들을 하나님께서 지키시고 복 주시기를 엄마가 매일 기도할게!

-마음을 담아,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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