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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더하기 Oct 09. 2022

납작한 사랑을 위하여

나의 눈으로 그린 남편

한 살 많은 누나에게

부모의 손길을 내어주고

한 번을 울지않아 바닥에 고이 누워있던 간난 아이는

누워 있던 바닥에 눌려

뒷통수가 납작하다.     


한창 부모에게 떼를 써야할 열 살,

시골에서 도시로 유학을 떠나

고모집 이모집을 전전하며

눈칫밥을 먹어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린다.     


부모에 대한 반항심보다

애뜻함을 먼저 배운

가여운 사춘기 소년은 

포기하는 것에 익숙해져 간다.


친구들이 세상 거침없이

도전과 모험을 즐기던 스무살

아버지의 암 선고에

가슴 졸이며 병원을 오가다 청년이 되었다.     


뒷통수가 납작한 남편은

남의 마음을 헤아리며 

모진 소리 한 번 해보지 않고

사십이 되었다.    


한 번을 울지 않고

떼쓰지 않고

그저 타박타박 걸어 사십에 당도했다.     


납작한 뒷통수에도

조금씩 희끗한 새치가 보인다.


뒷통수 만큼 납작해진 그 마음을

보드랍게 매만져 둥글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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