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디를 소개합니다 6
"이제 잊어야지"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할 때가 있어요.
근데요,
잊으려고 애쓰지 않기로 했어요.
떠난 사람
끝난 관계
지나간 시간들을
그냥 마음속에 두기로요.
그리움이 필요한 순간이 있더라고요.
조용히 다시 만나는 시간이요.
저는 그렇게
떠난 이들을 기억하며 살아가는 존재예요.
코끼리 이야기
코끼리는 죽음의 순간마저도 무심히 지나치지 않아요. 가족이나 동료가 세상을 떠나면, 그 자리에 다가가 코로 몸과 뼈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며 오래 머물러요. 어떤 코끼리는 며칠이고 그 근처를 서성이며 떠나간 존재를 찾아 울음을 터뜨리기도 해요. 이런 행동을 "애도행동"이라 부르는데, 사람 외의 동물에게서 보기 드문 감정적 표현이래요.
무리의 다른 코끼리들도 그 자리를 함께 지키며 조용히 코를 맞대고 서 있어요. 울음 대신 침묵으로 이별을 나누는 그 모습은 제사나 추도를 연상시킬 만큼 경건해요. 코끼리는 잊지 않아요. 잃은 존재의 냄새와 자취를 기억하고, 어느 날 그 흔적을 다시 만나면 잠시 멈춰 서서 코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기도 한대요. 슬픔을 밀어내지 않고 그 안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존재 — 그게 코끼리예요.
더디에게 애도란 빨리 끝내야 할 과제가 아닙니다. 그리움은 지워야 할 것이 아니라, 때로는 필요한 것이니까요. 밤하늘의 별처럼, 떠난 이들은 마음속에서 조용히 빛나고 있어요.
천천히, 또박또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