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디의 감정일기 1 - 명절이 지나고 나면
명절엔... 안부가 많이 오가요.
"요즘 뭐해?"
"공부는 잘 하니?"
"일은 잘 돼?"
"결혼은 언제쯤?"
그냥 '잘 지낸다'로는...
부족한 걸까요?
안부가 체크리스트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대학, 직장, 연봉, 결혼, 집...
하나씩 채워야 할 칸들처럼.
겉으로는 웃으며
"네, 잘 지내요"라고 답했어요.
잘 지내는 기준은...
누가 정하는 걸까요.
명절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아무도 묻지 않는 이 고요함이...
이상하게 더 편안했어요.
안부가 고마운 날도 있지만,
때로는 설명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더 위로가 되기도 해요.
코끼리 이야기
코끼리는 세상의 소음을 멀찍이 두고,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존재예요. 무리 속에서도 경쟁하거나 서두르지 않아요. 누가 더 빨리 자라거나, 누가 더 멀리 가는지를 따지지 않아요. 대신 각자의 걸음과 리듬을 존중하죠. 새끼가 느리면, 무리는 그 속도에 발을 맞춰 함께 가요.
코끼리는 말보다 '조용한 신호'로 소통해요. 저주파의 진동, 몸의 방향, 코끝의 움직임으로 마음을 나누죠. 겉으로 드러나는 말은 없지만, 그 침묵 속에 충분한 온기가 있어요. 그래서 코끼리에게 '잘 지내?'라는 질문은 존재하지 않아요. 함께 있는 그 자체로 이미 안부가 전해지기 때문이죠.
더디에게 안부란 채워야 할 칸이 아니에요. 증명해야 할 것도 아니에요. 그저 함께 있는 것, 조용히 곁에 있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안부가 될 때가 있다는 걸, 더디는 알고 있어요.
천천히, 또박또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