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살이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과의 관계인 것 같다.
결국 모든 건 관계에서 비롯되고
관계에서 갈등이 생기는 거다.
관계를 잘 풀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자기 속내를 내보이지 않는다.
난 그걸 잘 못한다.
싫고 좋은 감정이 너무 투명하다.
다 비친다.
즉각적이다..
좀 감추고 살아도 좋으련만
니콜라네 집에 티비가 한 대 들어오는 날
엄마는 엄마가 원하는 위치가 있고
아빠는 아빠가 원하는 위치가 있고
니콜라도 당당하게 자기 방에 놓는 건 어떠냐는 의견을 낸다.
당연히 어른들 귀에는 와 걸리지도 않는 작은 소리일망정
단지 세 사람이 사는데도
고작 티비 하나 놓는 일도 이토록이나 다양한 의견이 있고 생각이 있는데
그러니 가족도 아닌 남
어쩌다 보는 타인의 속을 내가 어찌 알 수가
갈등은 내 해석에서 비롯된 걸 수도 있다.
그 해석을 멈추어야 한다.
이미 지나간 비디오를 틀어대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그때 그 말은 황당하다고 아무리 돌이킨들
이미 흘러가버린 시간이고
무엇보다 지금 그 말은 흩어져 어디에도 없다는 것
오늘이 19일인줄 알고
와, 우수에 비가 내리네... 했다는
종일 노트북 펼쳐놓고
자료 찾고 글쓰며 하루를 보냈다.
주말까지 이래야 하나 싶은 생각을 두어번 한 것 같은데
지금 하고 있는 원고를 얼른 마쳐야 해서
전화 통화 세 개
그 가운데 남해에서 전화 한통 받았다.
책을 배달하러 왔는데 대문은 잠겨있고
소포 받을 사람이 전활 안 받는다며
대문 안으로 밀어두어도 되냐는 집배원 전화에
남해는 비 안 오나요, 서울은 비가 오는데요.. 했더니
남해는 쨍쨍합니다.
해서 그러시라고
전활 끊고났는데 햇살 한줌 전해진듯
냄새가 난다, 햇볕 냄새.
현관문 밖을 안 나가고 나를 유배시킨 날
오늘은 고만 쉬자.
2022.2.26일 부슬부슬 봄비가 내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