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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원형 Feb 26. 2022

봄비 내리는 주말



세상 살이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과의 관계인 것 같다.

결국 모든 건 관계에서 비롯되고

관계에서 갈등이 생기는 거다.

관계를 잘 풀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자기 속내를 내보이지 않는다.

난 그걸 잘 못한다.

싫고 좋은 감정이 너무 투명하다.

다 비친다.

즉각적이다..

좀 감추고 살아도 좋으련만


니콜라네 집에 티비가 한 대 들어오는 날

엄마는 엄마가 원하는 위치가 있고

아빠는 아빠가 원하는 위치가 있고

니콜라도 당당하게 자기 방에 놓는 건 어떠냐는 의견을 낸다.

당연히 어른들 귀에는 와 걸리지도 않는 작은 소리일망정

단지 세 사람이 사는데도

고작 티비 하나 놓는 일도 이토록이나 다양한 의견이 있고 생각이 있는데

그러니 가족도 아닌 남

어쩌다 보는 타인의 속을 내가 어찌 알 수가


갈등은 내 해석에서 비롯된 걸 수도 있다.

그 해석을 멈추어야 한다.

이미 지나간 비디오를 틀어대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그때 그 말은 황당하다고 아무리 돌이킨들

이미 흘러가버린 시간이고

무엇보다 지금 그 말은 흩어져 어디에도 없다는 것


오늘이 19일인줄 알고

와, 우수에 비가 내리네... 했다는


종일 노트북 펼쳐놓고

자료 찾고 글쓰며 하루를 보냈다.

주말까지 이래야 하나 싶은 생각을 두어번 한 것 같은데

지금 하고 있는 원고를 얼른 마쳐야 해서


전화 통화 세 개

그 가운데 남해에서 전화 한통 받았다.

책을 배달하러 왔는데 대문은 잠겨있고

소포 받을 사람이 전활 안 받는다며

대문 안으로 밀어두어도 되냐는 집배원 전화에

남해는 비 안 오나요, 서울은 비가 오는데요.. 했더니

남해는 쨍쨍합니다.

해서 그러시라고

전활 끊고났는데 햇살 한줌 전해진듯

냄새가 난다,  냄새.


현관문 밖을 안 나가고 나를 유배시킨 날

오늘은 고만 쉬자.


2022.2.26일 부슬부슬 봄비가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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