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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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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원형 Mar 10. 2022

족쇄도 필요할 때가 있다


오전 내내 멍 때리다

오후에 일을 조금 하고

저녁엔 베프와 전화 수다를 한 시간 반 가량 나눴다.


베프가 있다는 건 축복이다.

내 베프는 길을 잃고 헤매는 내게

괜찮다고 이야기해준다.

한참 헤매다보면 길을 찾을 거라 얘기해준다.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훈장질을 하는 게 아니라

지혜가 담긴 비유를 들어 내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도

깨달음을 준다.


내가 하는 일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을 때도 있고

도대체 힘들어 못해먹겠다고 하소연하고 싶을 때도 있고

또 어떤 때는 자랑하고픈 일이 있을 때도 있는데

베프는 그냥 무엇이든 쏟아내도 무한정 담기는 요술보자기인지

다 수용한다.

즐거울 수만은 없는데도

그는 나에게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오늘은 좀 많이 지친다.

어디론가 며칠 훌쩍 다녀오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오라는 곳은 많은데

시간에 매여 이러고 있다.

다음주 연재 원고 마감이 두 개

책 원고 마감이 하나

이런 족쇄가 있으니

오늘 하루는 이따금 속이 상하다가도

원위치로 돌아와서 일을 했다.

족쇄가 짐이 되는 게 아니라

나를 다잡아주는 게 됐다.

오늘만큼은 족쇄가 필요한 날이다.


담달에 전주에서 강의가 하나 잡혀

간김에 만날 사람이 몇 되어 오늘 약속을 잡았다.

한 달 반이란 시간이 아직 남아있지만

단지 약속을 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벌써 여행 떠나는 기분이다.


족쇄를 풀기 위해 다시 집중 모드로.


202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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