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근처 아파트로 이사 오고 알게 된 게 참 많다.
어린 시절 몇 년을 시골에서 살았던 경험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땐 너무 어렸고
자연에 대한 별다른 생각이 없던 때였다.
그러니 존재를 몰랐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어린 눈에 보이는 게 달랐는지도 모르겠다.
가까이에서 느끼고 싶어 찾아온 자연은 관념속의 그것과 무척 달랐다.
달이 환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살면서 처음 느껴봤다.
도시라고 해도 숲 바로 옆이다보니 밤이면 불빛이 없다.
아파트 옆 소방도로에 가로등이 있긴 하지만
7층에 살다보니 빛이 위로 올라오지 않는다.
깜깜한 밤을 맞이하게 된 것도 산사에서 말고는 거의 처음이었던 것 같고
한밤중에 거실에 나왔다가 빛이 거실 안까지 들어온 걸 보고 놀랐던 기억은
참 낯설면서 경이로웠다...
달빛이 그토록이나 환했으니
옛 사람들은 달빛에 의지해서 밤길을 걷기에 충분했겠구나 비로소 이해가 갔다.
시인들이 왜 그렇게나 달빛을 노래했는지 알것 같았다.
첫 해 여름 밤 창이란 창은 다 열고 거실에서 자다가
무시무시한 소리에 놀라 깬 적이 있었다.
너무 무서운 소리라 대체 이게 어디서 들리는 걸까 생각하다
짚이는 게 있어 유튭을 검색했더니 고라니 소리였다.
알고 나니 무서움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그 소리가 기다려졌다.
이후 한 번 더 들었던 것 같고는 이내 못 들었다.
어느 한낮에 숲길로 고라니가 지나가는 걸 본 적이 딱 한 번 있다.
여름 이른 새벽엔 호반새 소리가 아름답고
딱따구리 소리는 수시로 들리는 숲이 지척에 있으니
바랄게 없다.
작년 봄이었던 것 같다.
또 이상한 소리가 숲쪽에서 들린다.
너무나 희안한 소리인데 새소리는 분명 아니었다.
궁금했지만 감이 잡히지 않을 즈음
페이스북에 누군가가 올린 영상을 보고
산개구리 소리라는 걸 알게됐다.
어쩌면 그 전에도 들렸을지 모르지만
작년이 되어서야 내 귀에 와 닿았다.
알고 나니 너무나 귀엽고 신기한 소리로 새롭게 들렸다.
한여름에 우는 개구리 소리와는 완전 다른 소리라
설마 개구리 소리일 줄이야.
겨울 무사히 잘 지내고
돌아온 걸 기쁜 마음으로 환영했다.
하나씩 알아가는 기쁨을 선사하는 숲
이토록 많은 생명을 품고 이따금 새로운 소리를 선사하는 숲
이제 곧 연둣빛 점묘화로 변신할 봄숲을 기다린다.
올해 첫 산개구리 소리를 들은 날.
2022.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