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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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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원형 Mar 19. 2022

봄눈


땅콩을 먹다가 몇 알을 모이대에 나누려 창을 여니 

찬 기운이 훅 느껴졌다.

저 추운 야생에서 봄이 오나 했다가 

화들짝 놀랐을 생명들을 생각하니 마음 한켠이 아릿하다. 

밤새 잘 지내고 해 뜨는 내일 만나자, 

이렇게 숲을 향해 이야기하는데 목이 메인다. 

그게 야생의 삶이라는 말은 그다지 위로가 되지 않는다.

기후를 널뛰게 만들면서 

저 거친 야생의 삶을 나는 역지사지하며 살고 있나 반성했다...


지방을 수피에 두르고 있는 자작나무는

추운 겨울 지내기가 괜찮을까?


서울엔 함박눈이 내렸다.

펑펑 내린 춘설은 오후가 되자 주춤했고

주춤하는 속도에 반비례하듯 눈이 녹아내렸다.

무상을 떠올리기 맞춤한 풍경이었다.


손에 잡힐 그 어떤 고정된 실체도 없다는 진리를

오늘 봄눈으로 확인했다.


종일 어제 마무리한 초고를 다시 읽었다.

산에도 오르고 도서관에도 다녀와야지 했는데

눈을 들어 고갤 드니 오후 6시 무렵이었다.


식구들이 모두 출타한 집에 홀로 일에 묻혀있다보니

시간이 흐른다는 의식조차 못 했던 것 같다.


밤엔 맑은 보름달이 훤하다.

음력 17일인데도

내 눈에 비친 달은 원만한 보름달이다.


202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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