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그림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원형 Mar 23. 2022

깜빡하길


새벽에 눈을 뜨고는

일기 생각이 문득 났다.

뭘 썼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아 스맛폰으로 열었더니

...

안 썼네.


어제 한 가지 마음을 쓰는 일이 생겨

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더니

결국 일기를 안 쓰고 잤던 거다.

지금이라도 쓸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어 그냥 잤다.


날마다 꾸준히 쓴다는 걸 나 자신과 약속했는데

그만 하루를 어이없게도 놓쳤네.

이렇게 몇 번 반복되면 꾸준히 일기를 쓰는 일을 포기할 것 같다.

해서 조금은 힘 빼고

건너 뛰는 날이 있더라도

여하튼 써보자, 이렇게 마음을 바꾼다.


생각해보니

일기 한줄 쓰는 일조차

마음과 긴밀히 연결돼 있구나 깨닫는다.


출판사가 책을 여유있게 인쇄를 하지 않는 바람에

백여 권이 필요한 곳에서 결국 구입을 못했다는 얘길 어제 전해들었다.

그래, 책이야 또 다른 인연이 있으니까

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내 책 대신 다른 책을 구입했다며 알려주는데

그 책이 너무 어처구니 없는 책이었다...


위장환경주의자가 쓴 책으로

책은 엄청나게 팔리고 있지만

독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는 책이어서

작년 국제출판포럼에서 발제를 하며

이 내용도 언급했던 책인데...

주최측에서는 고른 시각을 위해 준비했다고 한다.

고른 시각과 옳지 않은 시각은 다르지 않나?

하는 생각과 안일하게 일하는 출판사에 대한 원망

이 두 생각이 오후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출판사에 대한 생각은 어제 정리가 되었다.

나보다 어쩌면 출판사가 더 아쉬웠을 텐데..하는 마음이 드니

그들이 부러 그랬던 게 아니라 나름 사정이 있었겠다 싶었다.

그런데 옳고 그름에 관한 생각은 여전히

그러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정리가 된다.

옳고 그름의 기준은 누가 정한 건가?

나는 그 사실이 옳다고 어떻게 100% 확신하는 건가?

그럴 근거는 있는가?

여기까지 생각이 흘러가다보니...


에고, 어제 그렇게 나를 괴롭히던 생각의 실타래가

툭 끊어지며

확 풀리네...

이런.


깜빡하길 참 잘했구나, 싶다.^^

어제 썼다면 내 안에 있던 분노가 더 강화되진 않았을지

내 논리를 합리화시키느라...


세상일은 다 일어날 만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거라는 거.


2022.3.23



매거진의 이전글 인형놀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