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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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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원형 Mar 29. 2022

와! 아가들이다


오후에 자전거를 타고 생협에 장을 보러 가는 길이었다.

천변을 달리는데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 전화벨이 울려서

전화를 받느라 자전거를 멈췄고

전화 통화가 끝난 뒤에 사람들이 들여다보는 곳을 나도 같이 들여다보았다.

어머머머머

흰뺨검둥오리 새끼들이

병아리처럼 작은 새끼들이 줄줄이 물 위로 풀밭으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우와

얼마나 귀여운 풍경이었는지

어떤 사람이 숫자를 세기 시작하더니

열 한 마리네, 이런 소리가 들린다.

히야, 정말 많구나

그런데

아직 3월말인데

벌써?

어느새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고 포란도 마친 요 햇병아리들이

나와서 돌아다니는 건가 싶다.

아무리 텃새라지만 너무 이른 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잠시

따신 햇살 아래

윤슬로 뒤덮인 수면은 눈이 부셨지만

그 사이로 신나게 돌아다니는 병아리들

그리고 어느만큼 떨어진 곳에서 새끼를 지켜보는 의젓한 어미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몇몇 사람들이 새끼들 가까이까지 가서 들여다보는 건 좀 아쉬운 장면이었다.

어미의 마음이 얼마나 조마조마할까 싶어서..

가까이 가면 새가 놀란다고 얘길 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텃새로 지내면서 사람들이 더이상 위험한 존재들이 아니라는 걸 깨우친 오리였길


장을 봐서 돌아오는 길에도 여전히 새끼들이 물위며 풀밭 위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새끼들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시선도 고마웠다.

무탈하게 잘들 자라길

또 만나자!


축하의 꽃을 그려봤다.


202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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