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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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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원형 Apr 10. 2022

동고비 둥지를 발견하다


나무 줄기를 자유자재로 오르내리는 동고비

작년 3월 9일 우연히 뒷산에 오르다

은사시나무에 딱다구리가 뚫어놓은 듯한 구멍을 들락거리는

동고비를 만났다.

한참을 서서 지켜보는데 두 마리가 보인다.

오르락 내리락

구멍을 들락날락

그날 어쩌면 저 구멍에 동고비가 둥지를 틀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동고비는 딱다구리 둥지를 이용하는 새로 유명한데

딱다구리보다 몸집이 작다보니

자기들이 드나들정도 크기로

구멍을 줄인다.

진흙으로 미장공사를 하면서 구멍을 막아 크기를 확 줄이는 거다.

그 위치가 마침 계곡 바로 옆이라 적당해보였다.

다음날부터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날마다 오르내리며 살폈다.

바로 아래서 쳐다보면 신경쓰일 것 같아

좀 떨어진 장소에서 쌍안경으로 살피기를 무려 20일

결국 동고비는 둥지를 틀지 않았다.

작년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되도록

그 구멍은 훤희 뚫려있었다.

가끔 그곳을 지날 때마다

미장 공사로 좁혀진 구멍을 떠올리며 아쉬워했다.


그리고는 작년 일은 새까맣게 잊고 지냈다.


오늘 모처럼 뒷산에 올랐다.

숲에 연둣빛 잎이 돋아나기 시작하면서

모습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중이어서

얼른 가서 보고 싶었다.


걸어 올라가는데 새소리가 들렸다.

나뭇잎이 막 돋기 시작한 터라

목이 아프도록 쳐다보았다, 그러다

작년 그 구멍에 있는 동고비를 발견했다.

와, 그런데 입구에 미장공사까지 마친거였다.

이런이런 상상했던 일이 현실이 되다니

집을 짓는 장면을 봤더라면 아는 아쉬움이 한편 들기도 했지만

어쩌면 작년에 내가 쳐다보는 바람에 그곳에 둥지를 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마리가 구멍 앞에서 소리를 

또 한 마리가 날아온다

그리고는 처음  녀석은 어딘가로 날아간다.

아마도 교대하던 참에 내는.신호였나 싶기도


오늘 찍은 동고비 둥지


얼마전부터 집에서 동고비 소리가 우렁차게 들리더니만

그렇게 열심히 둥지를 만들면서 노동요를 불렀던겐가?ㅎㅎㅎ


반가웠다.

목적지까지 갔다가 내려오면서 보니

동고비 두 마리가 근처 나무에서 열심히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한 녀석은 둥지 구멍으로 쏙 들어가는 걸로 봐서

어쩌면 알을 이미 낳았겠구나 싶다.

그렇다면 포란 중?


동고비 한 마리는 둥지 근처 나무에서 거꾸로 내려오다 위로 올라가다를

반복하다가

나와 콩쥐가 발걸음 멈추고 쳐다보니

한참을 그 시그니처 자세로 거꾸로 붙어서는 노래를 불러준다.

아니 노래라고 하기보단 어떤 소리였는데

특이한 소리,

동고비 소리를  가지 이제   같다.


산으로 가는 길 초입에서 직박구리 사체 하나를 발견했다.

전나무가 무더기로 있는 곳인데

대체 유리창 아래도 아닌 그곳에서 무엇 때문에 그리 된 걸까?

콩쥐는 낙엽으로 직박구리를 감싸서 옮기고

나는 땅을 파고 묻어줬다.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땐 좋은 몸으로 태어나라 기도해줬다.

마음이 짠했다.

어쩌면 지난 겨울 

우리 집에 와서 사과를 나누던 

직박구리였을 수도 아닐 수도 있겠지..

생명가진 모든 존재는 유한하니 

생과 가 둘이 아닌  진리를 어떻게 피해갈  있을까?


직박구리 사체를 보고 동고비 둥지를 보고


삶의 수레바퀴는 그렇게 굴러가고 있다.


202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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