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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맥주는 맛이 없더라] 9.

삿포로 맥주 박물관은 어마어마

by 졔잘졔잘
장난감을 산 우리는 드디어 삿포로 여행의 목적인 삿포로 맥주 박물관을 찾았습니다. 사실 여행 내내 오타루에만 머물기로 했지만 반나절이라도 삿포로에 있게 된 만큼 삿포로 맥주 박물관을 '꼭' 가기로 했습니다. 맥주를 마시기 위해 차량 렌털을 할까 말까도 고민할 정도로 아무튼 맥주는 중요했으니까요. (의도치 않게 맥주와 관계없이 렌털은 못했지만..)


-오빠 삿포로 맥주박물관 진짜 기대된다 그렇지

-응, 우리 지난번에 칭다오 맥주 박물관에서 마셨던 맥주 진짜 너무 맛있었어...

-그러니까..!!! 이번에도 엄청 맛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우린 부푼 기대를 안고 맥주 박물관까지 걸어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슬슬 걸어가면 20분 정도 걸릴 듯했습니다.


-오빠 여행 책에 보니까 '삿포로 팩토리'가 있고 '삿포로 비어가든'이 있어 둘이 거리가 가깝지 않아 보이는데 어디를 가야 하나?

맥주박물관 지도.png


우리가 산 여행 책 '지금, 홋카이도'에는 삿포로 팩토리는 '옛 맥주 공장에 지어진 대형 쇼핑몰'로, 삿포로 가든 파크는 '맥주박물관과 비어홀, 쇼핑몰이 모여있는 복합시설'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있던 곳에서는 '삿포로 팩토리'가 더 가까웠고 두 곳을 다 방문할 시간은 없었습니다. 어서 오타루로 가야 했거든요.


-오빠 둘 중 어디 가지? 오타루에 너무 늦게 가면... 거기 교통편을 잘 모르니까 위험할 수도 있을듯해.

-그러면 더 가까운 삿포로 팩토리에 가자. 거기도 맥주 마실 PUB 같은 곳은 있겠지


우리는 20분 정도 걸어 삿포로 팩토리에 갔습니다.

삿포로 맥주박물관.jpg


크고 매우 예뻤는데, 덩그러니 이 건물만 있었습니다. 그리고 건너편엔 쇼핑몰로 보이는 건물이 있었지만 맥주를 마실 만한 곳으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오빠 여기 어째 기분이 싸한데?

-그러게..

-일단 여기서 사진을 찍자


우리는 커다란 건물을 배경으로 억지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우리 바로 앞에는 관광버스가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관광버스 안에는 사람이 있었고 안에서 우리를 흉내 내며 재밌어하고 있더군요. 그리고 한 아주머니께서 나와서 드디어 부부가 같이 있는 사진을 찍어 주셨습니다.


-여기 맥주 마시거나 놀거나 할 만한 곳 없어요?

-아.. 여기 없어. 여기서 더 걸어가면 비어가든 있어. 거기 가면 칭기즈칸 있어.

-오 칭기즈칸??


포기하고 있던 칭기즈칸이 있다는 소식에 귀가 커졌습니다.

-오빠, 비어가든에는 칭기즈칸이 있대!

-그게 뭔데?

-양고기를 구워 먹는 곳인데 삿포로의 '인생 양고기'라고 하던데... 비어가든에 가자!

-그래 가자 가자!


우리는 삿포로 팩토리를 뒤로 하고 비어가든으로 향했습니다. 또 15분 정도 걸렸습니다.

삿포로 비어가든은 다른 도시에 있는 맥주 팩토리와 다르게 거대한 문화공간 같은 곳입니다. 100여 년 전 개척사 맥주 공장이 있던 자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삿포로 맥주 박물관' '삿포로 맥주원' '아리오 삿포로' 등 세 곳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맥주공원 3.jpg
맥주공원.jpg


이 중 '삿포로 맥주원'은 삿포로 맥주의 어제와 오늘을 알 수 있는 곳입니다.


맥주양조.jpg


가이드 투어는 추가 비용을 내야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가는 곳마다 한글 설명서가 있기 때문입니다. 삿포로 맥주의 역사와 각 맥주가 만들어지는 과정 등을 자세히 알려줍니다. 박물관 밖으로 나오면 이렇게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우리는 큰 기대를 안고 유명한 '삿포로 클래식'을 주문했습니다.

삿포로 맥주.jpg
삿포로클래식 맥주.jpg
삿포로 클래식 메뉴.jpg




샘플로 세 개를 모두 마시는 경우는 600엔이지만 우리는 잠시 후 '칭기즈칸'에 가기로 했기에 삿포로 클래식만 두 잔을 시켰습니다.


-오빠 표정이 왜 그래?

-이거 맛있어?

-음, 나는 막 'Oh My God' 수준은 아닌.. 듯?

-오 나도~우린 역시 천생연분

-클래식이 제일 맛있댔는데..

-나는 블랙라벨을 마셔 보겠어


남편은 블랙라벨을 들고 왔습니다.

-역시나 그저 그래...

-그래? 그러면 칭기즈칸이나 가자. 내 생각에는 우리가 칭다오 생맥주의 매력에 너무 빠진듯해. 오타루에도 '오타루 맥주'가 유명하대. 그거 마시자

-그래 이동


우리는 옆에 있는 칭기즈칸으로 이동했습니다.

칭기즈칸은 삿포로 여행 중 누구나 가는 맛집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실 이번 여행에서는 포기했습니다. 삿포로에는 반나절만 머무니까요. 칭기즈칸이 가장 맛있다는 '본점'은 스스키노 역 인근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곳 비어가든에도 칭기즈칸이 있다는 사실을 아까 사진 찍어준 아주머니 덕분에 알게 됐습니다.


칭기스칸 내부.jpg
칭기스칸 주문.jpg



화질이 정말 좋지 않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이렇게 찍은 걸 어떡합니다. 아무튼 칭기즈칸 내부는 이렇게 새겼습니다. 평일 낮이고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직장인들 점심시간 낮술 하듯 곳곳에서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양고기.jpg


칭기즈칸은 이렇게 양고기를 우리나라로 치면 삼겹살처럼 구워 먹는 곳입니다. 메뉴판을 가져오면 다양한 종류가 있어서 잘 알아보기 힘들겠지만 직원 분께 '칭기즈칸'이라고 말하면 알아서 모두가 먹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을 줍니다. 우리도 그렇게 했습니다.


고기, 야채, 맥주는 모두 무한리필이 가능합니다. 우리는 '냉동'이 아닌 'Fresh'를 시켜서 좀 더 비쌌습니다. 다 먹고 나니 8,000엔이 좀 더 나왔습니다. 참 많이 먹었습니다.

손놀림.jpg
맥주칭기스칸.jpg



-와 진짜 배부른데

-더 먹고 싶다

-더 먹어야 할 듯

-참지 말자


우리는 맥주를 각자 세네 잔 마시고 고기도 세 번 정도 더 시켜 먹었습니다. 주변에 우리보다 나중에 온 손님들도 모두 떠날 때까지 계속 먹었습니다. 너무 맛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빠, 이제 가자. 오타루로 가야 해

-그래, 기념컵 안 사?

-오 사야지!!



우리는 맥주 전용 컵을 사는 취미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유리로 된 흔한 삿포로 잔 대신 머그를 사기로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상품이 없었습니다.


KakaoTalk_20171022_202450439.jpg

가장 왼쪽에 있는 컵이 삿포로에서 사 온 '에비수 비어'컵입니다. 갖고 싶은 게 너무 없는 와중에 뭐라도 사야겠다는 생각에 샀습니다. 삿포로 맥주 컵도 하나 샀는데 그건 부모님 댁에 선물로 드렸습니다. 이 사진을 올린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우리 집의 자랑거리인 '칭다오 잔'을 소개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소 길었던 9편이 마무리되고 대망의 10편(이제 겨우 여행 하루...)으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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