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로로 100% 이용하기 ①
우리는 삿포로 역으로 돌아와 오타루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시간은 30분 정도 걸렸고 다행히 자리가 나서 앉아서 가게 됐습니다. 예약석도 있는 듯했지만 우리는 빈자리에 그냥 앉았습니다.
오타루에 도착해 택시를 잡았습니다. 잘못된 정보로 무려 20Km나 떨어진 곳에 위치한 '키로로 호텔'로 가야 했습니다. 오타루 대부분 여행지는 오타루~미나미 오타루 사이에 있습니다. 하지만 오타루 역이 좀 더 큽니다. 우리는 오타루 역에 내려 택시를 잡았습니다.
흥정을 위해 택시 기사 아저씨께 다가갔습니다.
-아저씨 우리 키로로 호텔 가요
-타요
-얼마 나와요?
-미터기로 가요... 아마 7,000엔 나올걸요
-오빠, 7,000엔이면 얼마야?
-한 7만 원 정도???
-아???? ㅇㄻ아롱마어ㅗㄻ나ㅓㅇㅎ노모임나ㅓㅗㅎㄹㅇ몰
약간 아니라 굉장히 많이 당황했습니다. 택시비가 7만 원이라고?? 일단 일본은 택시비 기본료가 760엔 정도 했습니다.(이제 보름 정도 지나서 기억이 가물가물) 기본료의 8~9배 정도 나오는 수준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서 택시비 기본료가 3,000원인데 강남에서 은평구까지 타고 가면 2만 5,000원 정도가 나옵니다(제가 거기 살았거든요) 한 8배 정도 나오는 거죠? 실제로 거리도 택시로 30분 정도 걸렸고요... 하지만 이렇게 논리적인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습니다.
-괜찮아 렌털 해서 운전하는 것도 계산해보면 비슷해.
-그래 오빠... 우리 어차피 하루는 호텔 근처에서 놀기로 했으니까... 괜찮겠지... 엉엉 ㅠㅠ
그렇게 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했습니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 반나절을 돌아다녔더니 너무나 피곤했습니다. 차에서 남편 무릎에 잠깐 누웠습니다.
-오빠 나 15분만 자다가 일어날게
-응.
얼마나 지났을까 자다 일어났는데 저는 창 밖의 풍경을 보고 그만 '우와'하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이런 산이 끝도 없이 계속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키로로 호텔'은 스키장을 운영하는 호텔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산속으로 깊이 들어가야 있습니다(그러니까 대체 여기를 왜 예약했냐고...) 창 밖 풍경은 감히 스마트폰 사진으로는 담을 수도 없이 아름다웠습니다. 택시기사 아저씨에게 물어봤습니다.
-아저씨, 이 호텔까지 가는 버스는 없어요?
-네 없어요
-왜 없어요
-원래 없어요
오빠는 믿지 않았습니다.
-있겠지. 그러면 스키장 운영하는 리조트 호텔이 봄, 여름, 가을에는 오가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우리는 의심(?)을 품고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우리는 가방을 들고 서둘러 호텔로 들어갔습니다.
-우리 일단 체크인하기 전에 울어볼 게 있어요
-뭔데요?
-여기서 오타루 시내 가는 셔틀 있어요?
-여기서 이 옆에 '쉐라톤 키로로' 가는 셔틀이 있어
-거기 왜가 , 거기는 걸어서 10분이면 가는 곳이고... 오타루... 운하 있는 오타루 시내..
-거기 가는 건 없어.
-왜 없어요
-겨울에만 있어 winter season
-봄, 여름, 가을 손님들은 어떻게 와?
-잘 안 와.

없다고 합니다. 가을의 오타루는 아름답지만 키로로 호텔에서 오타루에 가는 셔틀은 없습니다. 대중교통도 없습니다. 택시는 7,000엔이고요. 그래서 만약 차를 가져가지 않는다면 택시로 30~40분이 걸리는 이 곳에 고립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긍정의 에너지로 다시 살아났습니다.
-오빠 우리 여기에 있는 그린 시즌 레포츠라는 걸 해보자!
-그런 게 있어?
-응 ATV(4륜 오토바이) 타는 것도 있고, 케이블카도 있네. 수영장도 있고 온천도 있고... 하루는 밖에 나가지 말고 여기 있는 다양한 레포츠 하고 놀자~
-아 그래? 그럼 좋아!
그렇게 우리는 다시 신나서 방에 들어갔습니다.
우리 방에서는 이렇게 마운틴 뷰가 펼쳐집니다. 오후 노을이 질 무렵 도착했습니다.
-이 앞에 슈퍼마켓이 있네 저기서 오늘 저녁에 마실 맥주를 사고 온천에 가서 몸을 풀자
오랜만에 남편님께서 결단력을 보였습니다. 사실 제가 이동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다소 우울했거든요. 뭔가 제가 잘 알아보지 않아 여행 일정이 난해해진 느낌이었습니다. 그러자 남편이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의 말을 듣고 호텔 밖 산책을 나갔습니다.
호텔 앞에는 이렇게 작은 교회가 있습니다. 호텔에 소속된 곳인 듯합니다. 이 곳을 지나 슈퍼마켓에서 무분별하게 맥주를 쓸어담았습니다.
호텔 내에 있는 기념품숍 같은 곳이라 다소 비쌌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6시쯤 됐는데 지금부터 할 게 없는 건 말이 안 되니까요.
방에 들어와 노곤노곤 누워있다 온천으로 향했습니다.
온천에 가니 일하시는 분들이 우리에게 찜질방도 있다고 같이 하라고 꼬시기 시작했습니다.
-찜질방? 찜질방 좋을까? 우리가 또 찜질방 선진국에서 온 민족인데...
-그래도 뭐 같이 있을 수 있으니까 해보자. 좀 놀다가 온천에서 몸 풀고 나오면 좋을 듯
그렇게 찜질방도 참여하기로 하자 여행 경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지만 우리는 즐거웠습니다. 사실 찜질방은 별 게 없지만 이 호텔에 가시는 분들께는 꼭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일단 키로로 호텔이 성수기가 아니기에 찜질방을 이용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우리 둘이만 이 곳을 썼죠. 크지는 않았지만 저 돌이 정말 훌륭하더군요.
온천은 내부를 사진을 찍을 수 없지만 혹시라도 겨울에 스키여행으로 키로로를 이용하려는 생각이 있으시다면 반드시 , 꼭 한 번 가보기를 추천합니다. 대중목욕탕인데 노천탕도 있고 다양한 시설이 있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한국분들이 10% 정도 되고 대부분 일본 할머니들이었는데요. 저한테 어린데 이렇게 뜨거운 곳에 어떻게 잘 있냐고 칭찬해주셨습니다.
어리지 않아요....

온천을 끝낸 후 방에 들어와 아까 산 맥주를 깠습니다.
-오빠 안주가 없는 게 뭔가 허전하다
-그러면 룸서비스를 시킬까?
-룸서비스? 그런 귀족적인 행위를 하는 사람도 있어?
-이렇게 비싼 호텔에 머물면 원래 그 호텔에서 하는 건 다 해보는 거야
이런 대화를 나누며 메뉴를 살펴보니 '라멘'이 있었습니다.
-라멘을 먹자. 어쩐지 저녁으로 좋을 듯
이렇게 미소라멘이 왔습니다. 저 테이블보까지 같이 옵니다. 정말 맛있었고요. 우리가 산 삿포로 클래식과 오타루 맥주를 꺼내놓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날은 너무 피곤해서 일찍 잤습니다.
내일부턴 본격 오타루를 소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