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같은 오타루
아침 조식을 먹고 느지막이 호텔에 콜택시를 부탁해 오타루로 향했습니다. 조식은 맛있었지만 사진은 없습니다. 먹는 데 너무 집중했습니다. 택시는 여전히 7,000엔입니다.
아침에 보는 창밖 풍경은 더욱 아름다웠습니다.
그때 남편이 말했습니다.
-아! 여기가 '덴구 산'인가 봐!
-오!
여행 책에 보니 오타루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덴구 산'이라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그곳은 너무 멀어 가지 말자고 했는데, 우리 호텔이 너무 머니 아마도 여기가 그곳 같았습니다. 서둘러 택시기사 아저씨께 여쭤봤습니다.
-아저씨 여기가 덴구 야마(산)?
그러자 아저씨가 대답했습니다.
-이이에.
이이에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단호한 아저씨였습니다. 다시 물어보니 이 곳은 '케나 시 야마(산)'라고 했습니다. 덴쿠 야마는 좀 더 시내 쪽에 있다고 했습니다.
-오빠 이 곳은 '케나 시 야마'래 근데 이름이 뭐 중요해.... 우리가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먼 곳에 숙소를 잡았다는 사실이야..
연신 창 밖을 보며 우와우와 하는 우리를 위해 아저씨는 '포토 포인트'가 있다며 잠시 차를 세워주셨습니다. 전망대 같은 곳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어촌 마을이 한눈에 보이는 곳이었습니다.
아름다움을 뒤로하고 오타루에 도착했습니다. 우리는 '오르골당'에 내렸습니다. 오타루 시내는 오르골당에서 시작해 오타루 역까지 쭉 걸어가면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관광지가 그곳에 모여 있습니다.
지도를 볼까요?
오타루 오르골 상점에서 화살표 방향으로 쭉 올라가다 보면 어지간한 관광지를 모두 만나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오르골당에서 시작해 '오타루 비어 남바원(맥주집)'에서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고작 오전 열 시였는데 낮술을 마시고 계속 술을 마시다가 호텔로 돌아가겠다는 수작이었습니다. 우선 오르골당에 들어섰습니다.
오타루 여행 중 선물용 기념품을 사야 한다면 단연 유리공예와 오르골입니다. 이 곳이 유명한 오타루 오르골당인데 일본에서 가장 큰 규모로 각종 희귀 오르골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가방 조심하세요!! 가방으로 실수로 오르골을 쳐서 깨면... 비싼 건 수백, 수천만 원입니다.
내부는 생각보다 매우 큽니다.
이 곳에서 저는 오르골을 고르는 수줍은 여행자 연기를 했습니다.
현실은 짝다리녀군요. 오타루의 현재 날씨를 알 수 있는 복장입니다. 같은 날에 오키나와는 반 팔을 입고 다닐 날씨였는데 이 곳은 살 쌀 해서 부츠를 신어도 괜찮았습니다. 밤에는 다소 추웠고요.
오르골당에서 나와 운하를 향해 남편과 손을 잡고 걸었습니다.
-오빠 이 마을은 너무 동화 같고 아름다운 거 같아. 이따가 열두 시가 되면 오르골당에서 오르골 연주를 해준다는데 그걸 들어볼까
-그런 거 좋아해?
-그냥 들어보자....
우리는 오타루의 대표적인 디저트라는 '르 타오'본점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30분 정도 오르골 연주 시간을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르 타오 본점은 오타루 오르골당 바로 앞에 있는 유럽식 건물입니다.
저는 사실 치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그냥 일반 아이스크림을 시켰습니다. 남편은 프로마주가 섞인 아이스크림을 시켰고요. 남편에게 '한입만'을 시전 했습니다.
-오빠, 오빠 아이스크림이 더 맛있어
-그럴 줄 알았어. 역시 난 이런 거 잘 고르는 듯
바꿔 먹자고 할 줄 알았는데... 그렇게 기다리다 오르골당에서 하는 연주를 들으러 갔습니다. 오르골 연주는 신기하고 신비로웠습니다. 하지만 실력 미비로 동영상은 찍지 못했네요. 직원 중 한 분이 이렇게 시간이 되면 연주를 해 주니 꼭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는 기타 카로, 기타 이치 등을 지나가며 사진도 찍고 중간중간 앉아 이야기도 나누자 두어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 보니 이번 여행의 목적이자 목표... 오타루 운하가 나타났습니다.
보정 하나 하지 않은 사진입니다. 물에 비치는 건물이 너무 물감 같았습니다. 그림으로 그려놓은 듯한 풍경이 계속 눈 앞에 펼쳐졌습니다. 오타루 운하는 길이가 약 1.5Km 정도 된다고 합니다. 운하를 따라 즐비한 오래된 창고는 지금은 각각 다양한 상점으로 개조돼 운영되고 있습니다. 오전보다는 해가 지기 직전의 이른 오후가 가장 아름다운 듯합니다. 이 곳에서는 크루즈를 탈 수 있습니다. 크루즈를 탈까 잠시 고민했지만 우리는 그저 걷기로 했습니다. 한참 걷다 보니 제 손을 잡은 남편의 손이 거칠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