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루 맥주와 값비싼 해산물
-오! 저길 좀 봐!! 저런 곳에 가고 싶어
남편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손가락이 향한 곳을 바라봤습니다.
상점이 참 많은데 오타루 운하가 보이는 쪽으로 야외에서 앉아서 밖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은 거의 이 곳뿐이었습니다.
-오! 오빠... 저곳이 바로 내가 오타루에서 가장 가고 싶다고 말한 '비어 남바원'이야!!!

그렇습니다. 제가 오타루에서 모든 여행을 하고 싶다고 한 이유는 바로 오타루 운하가 보이는 곳에서 '오타루 맥주'를 마시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행을 할 때 오로지 하나만 목표로 합니다. 그것만 하면 나머지 날들은 뭘 해도 사실 그저 즐겁습니다. 내가 여행을 한다는 그 자체에 만족하는 스타일입니다. 예전 터키 여행을 했을 때는 '카파도키아'에서 기구를 타는 게 목표였고, 라오스에서는 '프렌즈 카페'에서 혼자 라오 비어를 마시며 책을 한 권 다 읽는 게 목표였죠. 목표만 달성하면 나머지는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대화나 나누며 정처 없이 돌아오곤 합니다. 다행히 남편도 그런 스타일입니다. 우린 천생연분인가 봐요!

이번 여행의 목표를 우연히 발견하곤 너무나 기뻤습니다. 사실 택시를 매일 타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워 술 마시는 곳만 주야장천 있을 수 있을까 고민했거든요. 하지만 남편은 어서 저곳에 달려가자고 말했습니다.
-오빠 나 여기서 건너편에 보이는 '오타루 남바원' 사진 좀 찍고..
-안돼. 저 야외 자리 지금 안 가면 뺏길지도 몰라
-오빠, 이 동네 사람들은 우리 같은 알코올 중독이 아니야.. 지금은 오후 두 시라고
-그럼 난 뛰어갈게
남편은 정말 저만치 앞서갔습니다...
사진을 찍고 남편을 따라잡았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그 곳에 도착했습니다.
빨리 들어가느라 사진도 이따위로 밖에 찍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서둘러 야외로 달려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비어 남바원 내부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저는 들어가자마자 직원에게 큰 소리로 물었습니다.
-우리 밖에 앉아도 돼요? 맥주 마실 건데요!
-앉아도 돼요. 그런데 술만 마셔야 해요
-네?
-밥은 안 준다고요. 밥 먹으려면 안에 앉아야 해요
-오빠, 야외에 앉으면 밥은 못 먹는대.. 술만.
-콜
그렇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야외에서는 사람들이 혼술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저 호텔에 방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야말로 꿈의 여행이었을텐데요
사람들이 크루즈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저렇게 크루즈를 타면 가이드가 일본어로 안내를 해주십니다. 저는 그렇게까지 일본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관계로 크루즈는 당연히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크루즈를 타신 분들이 이 곳 '비어 남바원'을 지나갈 때면 가이드가 "인사를 하라"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외면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꺼이 손을 흔들었습니다. 이렇게요!!
오타루 여행 3일 차입니다. 이 곳에서 우리는 한참을 대화를 나눴습니다.
우리의 다음 여행지는 어디일까(결론: 자제해야 한다) / 우리는 언제까지 노동을 할까(결론: 적당히 모아놓은 후에 불로소득을 창출하자)/ 2세는 언제 가질까(결론: 삼신할미께 맡겨보자) 등등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오빠 나는 노동을 하지 않고 이런 곳을 한 달에 한 열흘 정도 머물고 돌아와서 그곳에서 글을 쓰거나(소설) 그림을 그려서(웹툰) 그걸로 먹고살고 싶어!
-오, 좋은 생각이야. 그렇게 해
-근데 돈벌이가 별로 안될 수도 있어
-아니야, 될 거야.
-돈을 벌지 말라는 말은 안 하는군
-아니야, 벌지 마
-응 늦었어..
주로 이런 대화였습니다. 우리는 인생관과 가치관이 모두 다르지만 술을 마실 때마다 늘 서로 고민상담을 합니다. 나는 이렇게 살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선 뭘 해야 할까.. 그러다 맥주가 소주 되고 소주가 라면으로 이어집니다. 아무튼 여행지에서도 늘 그런 식이죠.
아무튼 그렇게 다섯 시 정도가 됐고 우리는 맥주를 다섯 잔 정도 마시고 일어났습니다. 다시 운하로 걸어가다 해산물 구이를 파는 곳을 찾기로 했습니다. 가는 길에 작은 결혼식장을 발견했습니다.
-오빠 여기 봐, 여기 예식장인가 봐. 안에 읽어보니까 '작은 결혼식'을 하는 곳 이래! 들어가 볼까?
-응? 왜지. 그래 가봐..
뜬금없지만 결혼식장에 들어갔습니다. 우리나라 예식장처럼 상담하시는 분이 달려 나왔습니다.
-무슨 일?? 상담?
-네! 상담이요
해맑게 말했습니다.
예식장 내부를 둘러봤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이런 걸 왜 한 거지)
예식장 내부는 이렇게 우리나라의 작은 성당처럼 소소했습니다. 저는 느닷없이 "일본에서도 스몰웨딩을 많이 하나요?"라며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직원분은 "네~ 요즘 스몰웨딩이 유행입니다. 한국에서도 스몰웨딩을 많이 하나요?"라고 물었습니다.
-네 우리 작은 결혼식, 이효리라는 여자 가수가 유행시켜서 엄청 많이 해요.
그러다 거짓말을 해버렸습니다.
-우리도 혹시 일본에서 결혼하면 이런 거 하려고 와봤어요. 이런 데는 얼마인지요?
그 사람이 말해준 가격은 우리나라 호텔 수준 가격이었습니다.
-오 비싸데 쓰네...
-네네 비싸요. 스몰웨딩도 비싼 편이랍니다.
-그렇군요. 우리나라도 스몰웨딩 비싸요. 그러면 좀 더 알아보고 또 연락드릴게요
결혼을 준비할 때 스몰웨딩을 하고 싶었지만 부모님과 전남친의 반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전남친은 신경쓸 게 오히려 많은 스몰웨딩 대신 그저 남들하는대로 웨딩을 하고자 했습니다. 결국 저 역시 나만 포기하면 모두가 행복하다는 생각에 그냥 대형 웨딩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취재를 하고 우리는 다시 해산물 파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배가 너무 고픈나머지 해산물 굽는 냄새가 지글지글 나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오타루는 매우 작은 마을이어서 밤에 술을 먹거나 할 곳이 많지 않아요. 우리는 또 키로로 호텔로 돌아가야 했기에 가까운 곳에서 먹고 택시를 잡기로 했습니다.
이 조개구이 양에 비해 매우 비쌉니다. 쓸 데 없이 드실 필요는 없습니다. 맛은 있었는데.. 남편은 그냥 그럭저럭이라고 하더군요. 다른 맛집에 가시길 권합니다. 해산물을 먹고 택시를 타고 다시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10회 블로그 동안 계속 반나절 소개였는데 느닷없이 3일 차 밤이 저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