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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맥주는 맛이 없더라] 13.

키로로 리조트 스폰 없이 홍보하기

by 졔잘졔잘

오타루에서 꼬박 하루를 보냈습니다. 오타루의 야경을 12회에 보여드리지 않은 것 같아요!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저의 사진 기술과 스마트폰 LG V20 의 한계는 여기까지인 듯합니다.

오타루 야경 2.jpg


우리는 이 운하를 한참 걷다 다시 7,000엔을 내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일본 택시도 할증이 있습니다. 12시가 넘으면 돈이 더욱 비싸진다고 하니 주의하세요!!


그리고 다음 날이 밝았습니다


-오빠 고민이 생겼어

-뭐?

-음.. 오늘 또 오타루에 나가면 택시비가 어제만큼 들게 돼. 택시비가 아깝다기보다는 오타루는 어제 본 게 다야... 게다가 나는 오늘 조식을 먹고 다시 침대에 누워서 11시쯤 일어나고 싶어

-오 좋은 생각인데?

-아 그래?

-응 원래 여행은 그런 거야

-잉? 그런 거야? 여행 오면 11시까지 자는 거야? 집에서도 그렇게 자는데?

-내가 말했지. 비싼 호텔에 왔으면 비싼 호텔에 계속 있는 거라고!


여기가 무슨 발리 리조트도 아니고 이상한 논리 같았지만 묘하게 설득당했습니다.

우리는 조식을 먹고 1층 로비에서 'GREEN SEASON' 레포츠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사실 이렇게 블로그 하는 사람들 모든 걸 사진 찍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나란 게으름뱅이 이번 여행 열심히 노력했는데 이 날이 한계였나 봅니다. 그린 시즌 사진이 없네요.


그래서 노력해서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http://www.kirorohokkaido.com/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작은 성당이라며 이전에 소개했던 호텔 속 포토 포인트 있지 않습니까?

키로로성당.jpg


지금 호텔 홈페이지에서 보니 이 곳은 다름 아닌 예식장이었습니다. 홈페이지에 가면 ' wedding'이라고 소개하네요! 정확한 정보가 이렇게나 중요한 일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우선 오타루까지 오가며 스쳐 지나간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기 위해 케이블카(정식 이름은 파노라마 곤돌라)를 타기로 했습니다. 케이블카는 바로 옆에 있는 '쉐라톤 키로로'에서 탈 수 있습니다. 20~30분 정도를 케이블카를 타고 한참을 산 위 꼭대기까지 올라가는데 귀가 막힐 정도로 높이 올라갑니다. 홈페이지 설명에 따르면 "1,000m급 봉우리에서 웅대한 스케일로 '키로의 숲'을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파노라마곤돌라.jpg 출처: 키로로 홈페이지


이렇게 생긴 파노라마 곤돌라를 30분 정도 탑니다. 애석하게도 우리 부부는 둘 다 약간의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굳이 창 밖을 잘 내다보지 못하는데 이 날은 연신 '우와'를 연발하며 한참 밖을 내다봤습니다.

케이블 전망1.jpg
케이블 2.jpg

유리창에 먼지가 많아서 사진을 잘 찍지 못했지만 이게 들판처럼 보여도 산입니다. 이런 산이 끝도 없이 펼쳐집니다. 30분 내네요. 사실 이런 경관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카메라 따위가 내 눈에 담긴 이 색과 바람과 웅장함을 다 담을 수가 없더라고요. 이 곤돌라는 겨울에는 스키장용으로 사용됩니다. 그래서 7월부터 10월까지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정상에 도달하니 이렇게 데이트 스폿이 있었습니다. 종을 한 번 울려주려 줄을 잡아당겼는데, 너무 심하게 큰 소리가 나서 부끄러웠습니다. 지나가던 일본인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껄껄 웃었습니다.

종.jpg



-오빠 이상해 여기 어째 노인분들밖에 없지?


그랬습니다. 스키장으로 유명한 리조 트인 만큼 가을엔 젊은 손님이 뜸합니다. 대신한 적함을 즐기고 싶은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이렇게 이 산의 정상에 와서 하이킹을 하십니다.

하이킹 입구.jpg


어느덧 정상에 도달했습니다. 지나가는 할아버지께 여쭤봤습니다.

-저기요, 여기서 올라가면 얼마나 걸려요?

-니쥬뿡??(20분?)

-아 그래요? 그러면 저~~~~ 기 보이는 저 산은 어떻게 가나요?

-하하하하 저기는 못가 내일까지 가야 돼 저 산은 걸어가는 거 아니고 차 타고 헬리콥터 타고 가는 곳이야


쓸데없는 질문을 하며 하이킹 코스로 들어섰습니다. 우리는 서울의 주인 LG 트윈스의 승리를 기원하며 LG 트윈스 점퍼를 입고 산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가을 야구는 하지 못했다...)

LG잠바.jpg


우리는 다시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파노라마 곤돌라에 몸을 실었습니다.

남편은 타자마자

-너무 빨리 내려가는 경향이 있어!!

라며 오들오들 떨었습니다. 겁쟁이였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돌아와 1층 로비에서 ATV를 포함한 다른 레포츠를 즐기는 방법을 물어봤습니다. 삿포로는 11월께부터 눈이 옵니다. 그 전에는 '그린 시즌'이라 하며 다양한 레포츠를 제공하는데요. ATV를 타고 싶었는데 '8,000엔'이라고 했습니다.

4륜.jpg


-오빠 8,000엔이라는데? 근데 이게 이럴 일이야??

-뭐 나는 네가 하고 싶다면 해도 좋아

-나한테 떠넘기지 마

-응 하지 말자


우리는 ATV를 포기했습니다. 대신 다른 즐길거리를 찾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레포츠가 팸플릿 속 그림과 달리 실제로 보니 매우 노잼 느낌이었습니다. 일단 산책을 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사실 이때 매우 암담했습니다. 시간은 오후 2시 정도였습니다. 오타루에 택시를 타고 가기엔 너무 늦고 앞으로 오늘 내내 이 호텔에만 있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해외여행은 거의 제가 주도해서 오기 때문에 저는 여행 일정에 책임감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적은 처음이었기에 다소 당황해서 일단 산책을 하자고 말했습니다. '너무 재미 없어서 여행이 지루하게 기억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함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역시 여행은 우연과의 만남입니다. 호텔 근처에는 산과 폭포가 있습니다. 그리고 테니스코트와 작은 골프장이 있습니다. 이 골프장 앞을 지나가다가 우리는 뜻밖의 이벤트를 만나게 됩니다!

파크골프.jpg 출처: 키로로 홈페이지

-오빠 저기 좀봐...!!!!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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