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과거의 나에게
아기집을 확인하고 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어쩐지 배가 욱신거렸다. 마음은 조급하고 걱정이 앞섰다. 어렵게 임신이라는 산에 도달한 만큼 또다시 정상을 향해 기어오르는 과정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았다. 유별나게 보이겠지만 일주일 만에 다시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늘 그렇듯 무심하고 태연하게 초음파 기구를 몸 안에서 이리저리 휘젓다 멈췄다.
"응? 뭐지? 아기집이 하나 더 보이는 거 같아요"
종종 '쌍둥이를 임신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은 해 봤지만 상상은 일정 단계 이상을 넘지 못했다. 아이 하나를 낳겠다는 결심을 하는 데도 얼마나 긴 시간이 걸렸던가. 본 적도 없는 '새로운 생명체' 때문에 내 인생을 얼마나 포기하고 내줄 수 있는지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나. 그런데 둘이라니, 거기에 '고비용'이라는 새로운 고민을 더할 수는 없었다. 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런 생각도 하지 말아야지'라며 고민을 멈췄다.
하지만 늘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첫 주에는 발견되지 않았던 두 번째 아기집이 일주일 만에 발견됐다. 아마도 몸 속 세포들이 두 번째 아기집을 짓느라 그렇게 배가 욱신거렸나 보다.
병원에서 나와 한 시간 정도 나에게 애도를 표했다. 임신을 한 순간 과거의 나와 결별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쌍둥이라는 사실을 안 직후 곧장 지금까지의 나에게 안녕을 고했다. '일부러' '도태시키지 않고' 낳아서 키울 거니까, 더 마음먹어야 했다.
[임산부의 사진첩]은 힘들었던 임신 준비 기간과 통증과 두려움으로 가득했던 시기 내가 끄적인 그림 공개 에세이다.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도구가 '글' 말고도 하나 더 생겼다는 사실을 발견해서 기쁘다. 임신은 힘들고 지난한 시간이었지만 나에겐 좋은 시간이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