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비가 내린다.
더위가 한갓 가시고 이제는 가을로 간다는 신호인 것 만 같은 비다.
장마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아주 어릴 때부터 비가 좋았다.
괜히 좋았다.
아무 이유 없이.
살면서 아무 이유 없이 무엇을 좋아하기란 쉽지 않다.
더 현실적으로 얘기하자면 나에게 득이 되는 게 더 좋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그래서,
아무 이유가 없어서,
그런 비라서 비가 더 좋다.
후드드득 막 쏟아지는 비가 좋다.
적게 적게 옷깃을 스치는 비도 좋다.
비가 오다 말았다 하는 것도 좋다.
흐린 하늘이 좋고,
구름이 잔뜩 있는 것도 좋다.
특히 비 냄새가 좋고,
비가 내리는 걸 보고 있는 것도 좋다.
비속으로 들어가서 우산 쓰고 있는 것도 좋다.
다 좋다.
오늘의 이 비가
나에게도 누군가에게도 나쁜 기억이나, 슬픈 상황들을 촉촉이 적셔
내일부턴 물을 잔뜩 머금은 흙속에서 다시 돋아날 수 있게 하는 용기를 줄거라 바라본다.
(아무 이유 없이 좋아한다 해놓고, 바라는 건 또 많은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