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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조각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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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se Aug 21. 2021

비야, 비.

새벽부터 비가 내린다.

더위가 한갓 가시고 이제는 가을로 간다는 신호인 것 만 같은 비다.

장마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아주 어릴 때부터 비가 좋았다.

괜히 좋았다. 

아무 이유 없이.


살면서 아무 이유 없이 무엇을 좋아하기란 쉽지 않다.

더 현실적으로 얘기하자면 나에게 득이 되는 게 더 좋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그래서,

아무 이유가 없어서,

그런 비라서 비가 더 좋다.


후드드득 막 쏟아지는 비가 좋다.

적게 적게 옷깃을 스치는 비도 좋다.

비가 오다 말았다 하는 것도 좋다.

흐린 하늘이 좋고,

구름이 잔뜩 있는 것도 좋다.

특히 비 냄새가 좋고, 

비가 내리는 걸 보고 있는 것도 좋다.

비속으로 들어가서 우산 쓰고 있는 것도 좋다.

다 좋다.


오늘의 이 비가

나에게도 누군가에게도 나쁜 기억이나, 슬픈 상황들을 촉촉이 적셔

내일부턴 물을 잔뜩 머금은 흙속에서 다시 돋아날 수 있게 하는 용기를 줄거라 바라본다.


(아무 이유 없이 좋아한다 해놓고, 바라는 건 또 많은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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