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있을 것이다.
나는 가을을 가장 좋아하는데.
뭔가 푸릇푸릇하고 따뜻하며 활기찬 이미지가 아닌 점에서 비를 좋아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가을 하늘을 보고 있으면 뻥 뚫릴 것 같은 맑음에 감사할 수 있고.
서늘한 바람에 느낄 수 있는 도도함에 마음이 설레기도 하며.
낙엽이 진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 그 조용함에 무언가 깊이 생각할 수 있게 원동력이 되기도 하며
낙엽이 바닥에 뒹구는 모습을 보며 한없는 쓸쓸함에 숨죽이게 된다.
예전엔 더위가 없어지고 맑고 고운 하늘의 청량함 때문에 가을을 좋아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적막하고 외로워 보이는 가을이 좋은 것 같다.
왜 나는 쓸쓸해 보이는 것들에 더 연민을 느끼는 사람인지 문득 궁금하다.
맑은 날보다는 흐린 날에 더 마음이 쓰이고.
해가 쨍한 날보다는 비가 우두두두 쏟아지는 날이 더 안쓰럽고.
누군가와 무엇을 하는 것보다는 혼자서 우두커니 가만히 있음에 에너지가 충전되는.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의 마음이 이해가 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