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나는 사람이 살면서 얼마든지 다양한 직업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확고히 하고 싶은 일이 있어 그것을 몇십 년을 해내며 평생 법으로 삼는 사람들도 존경스럽지만.
다양한 직업과 일들을 경험해 보며 다양한 삶에 도전하는 삶의 자세도 멋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릴 때 특정한 꿈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냥 꿈이 있을 때도, 없을 때도 있었다.
더 솔직히는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몰랐고, 이 세상에 어떤 일들이 존재하는지를 몰랐다고 표현하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
비록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일들이 자주 바뀌긴 했어도 그때마다 어렴풋이 생각했던 건!
어른이 되면 어떤 한 가지 직업을 분명히 찾아 그 일을 오래 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소위 사원, 대리, 팀장... 이런 식의 직급체계를 따르는 회사 구성원이 될 것임에 확신했다.
왜냐면 나는 딱히 특출난 것도 없지만, 어려서부터 끈기와 인내심이 강했다.
또 어디서 적응을 못하거나 뭘 잘 해내지 못하는 부류는 아니라고 생각했으며,
오히려 놓인 상황 속에서 잘 적응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냥 평범함 그리고 보통 그 자체였기 때문에 어떤 회사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평범한 회사원이 돼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나이를 먹고, 여러 일들을 해보면서 느끼는 건.
그동안 나는 나 스스로에 대해 잘 몰랐고.
일을 하면서, 직업을 가지면서, 본격적인 사회 구성원이 됨으로써 비로소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명확하게 알아간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직업을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 정도로만 여기는 것 같지는 않다.
돈을 버는 수단이라는 건 기본으로 깔고 가는 전제인 것 같고,
자꾸만 직업을 통해서 직업에 대한 가치를 실현하고, 나의 존엄을 확인하려 하며, 그러면서 그 일이 재미까지 있길 바란다.
이렇게 직업에, 내 일에 대한 의미 부여를 많이 하다 보니.
어떤 일을 해도 항상 힘들고 어려우며 가치 충돌이 많이 일어난다.
저런 것들을 다 충족하며 일을 하는 사람이, 직업이 얼마나 되는데.... 자꾸만 저런 틀로 저런 기준으로 일을 바라볼까?... 싶어 아직도 스스로가 철이 없다고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에 잠식될 때면 한없이 마음이 답답해지기도 한다.
지금 새로 시작한 일은 내가 원하던,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회사는 아니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시작하게 되었고, 전혀 연고가 없고, 내 전공도 아닌 일이다 보니 처음이 너무너무너무...
어려웠다.
혼란했다.
매일같이 때려치우고 싶기도, 계속하고 싶기도 하는 퐁당퐁당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3개월만 해보자!’ 이런 마음으로 매일을,
참아내기도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기도 하며 지내고 있다.
3개월이 지나 이 일이 생각보다 괜찮아졌다면 계속해 볼 수도 있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이일의 전문가로 쭉 가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 스스로에게 이 일은 비전이 없다고 결론 내려진다면 부디 과감히 그만둘 수 있는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라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시작한 새로운 일의 끝은 무엇일지 모를 열린 결말이며,
그냥 그렇게 조금은 더 가보기로 마음먹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