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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se Apr 19. 2022

이상하게,미치도록 웃긴데 자꾸만 눈물이 나.II_사랑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2022)

(스포주의 / 1편에 이어 계속)


생각해보면 희도처럼 나아가기만 한 삶을 살아본 적이 있나 싶다.

물론 어떤 목표를 위해 언제나 내달렸던 지난 시간이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주저한 적도 많았고, 솔직하지 못한 채 살았던 시간들도 있었다.

내가 한 선택이 옳아. 혹은 그렇게 보여야 한다는 이유로 담담한 척하며 지냈던 순간순간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희도가 내 마음에 들어왔던 가장 큰 이유는 '솔직함'이었다.

그리고 이진이의 말처럼 희도가 '뭘 함부로 해서 좋다.'라는 말에 백번 공감했다.

'함부로'라는 말로 가장 된 솔직함, 당당함이었다.

나는 언제나 그것이 부족하다.

누군가가 원해서 그들에게 도움이 되어주려 하고, 조언을 해주는 것은 참으로 쉽지만.

정작  스스로에 대해서는 솔직하고 함부로  없던 지난날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지금이다.

 


#11. "널 가져야겠어"


pc통신으로 서로를 위로했던 인절미(고유림)와 라이더83(나희도)은 드디어 만나기로 한다.

노란 장미를 들고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에서 희도가 본 건 노란 장미를 든 이진(남주혁)이었다.

온갖 고민과 상처에 위로를 주고받았던 인절미가 백이진이라는 사실에 희도는 벅차올랐다.

그리고 당당하게 고백했다.

"널 가져야겠어. 백이진"


하지만 유림이 대신 그 자리에 서있던 이진은 자신은 인절미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인절미가 백이진이 아니란 사실도 황당한데,

방금 자신이 내뱉은 말도 안 되는 고백에 민망한 희도는 도망친다.

그리고 그날부터 이진을 피한다.


수줍었던 그렇지만 아주 당차게 고백했던.

그래서 매우 서툴렀고, 민망했고, 자신이  고백에 매일같이 이불킥을 날릴 수밖에 없었던 희도의  고백이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_9화


#12. "  질투해.

아니,   좋아해.

근데 너한테 열등감도 느껴."


이진을 대면할 자신이 없다.

비단 그 말도 안 되는 고백때문만은 아니었다.

사랑인지 아닌지 모르는 불확실한 감정에 쌓여있었고,

펜싱밖에 모르는 자신과는 다르게 매일매일 어른처럼 살아가고 성장하는 이진을 보면서 열등감도 느끼는 중이었다.

그렇게 희도는 성장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진이 기획한 펜싱 다큐 때문에 마주치게 되고 이진은 자신을 영원히 피할 생각이냐 묻는다.

희도는 그동안 마음속에 쌓아둔 모든 감정과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얼굴과 팔이 시뻘게 지도록.


이진은 그런 희도를 보며 웃음이 새어 나온다.

그리고 고민해보라고 말한다.

자신은 고민해본 적도 없지만...이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스물다섯, 스물하나_9화


#13. "넌 나를 몇 번이고 일으킨 사람이야. 책임감을 가져."


고민해 보라는 이진의 말에 희도는 계속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진과의 관계를 정의할 단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희도는 우리의 관계는 우리만 아는 거니까 우리가 정하자며 무지개라고 말한다.


이진은 그런 희도에게 말한다.

다시는 자신을 피하지 말라며 나를 몇 번이고 일으킨 사람이니 책임감을 가지라고.

그리고 또다시 말한다.

그렇지만 자신은 무지개는 아니라고.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이진이었다.


그와는 다르게 이진과의 관계에서 모든 게 다 처음인 희도는 그 감정을 무지개쯤으로 생각하는 서툰 열여덟이었다.

그렇게 열여덟의 사랑은 무지개였다.

스물다섯, 스물하나_9화


 #14. "넌 항상 날 옳은 곳으로, 좋은 곳으로 이끌어."

 "그게 내가 생각하는 우리 관계의 정의야! 무지개!"


희도와 이진은 무지개를 바라본다.

이진은 희도에게 아시안 게임 때 심판 인터뷰를 하러 공항까지 간 것은 너 때문이라고, 너의 일이 아니었다면 가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런데 사실은 네가 아니었어도 자신은 기자이기에 꼭 갔어야 했던 거라고 말한다.


이진은 그런 희도에게 넌 항상 날 옳은 곳으로, 좋은 곳으로 이끈다고 말한다.

그러자 희도는 그게 자신이 생각하는 우리의 관계라고, 무지개라고 말한다.


무지개라고 생각하는 누군가가 나에게

" 항상 옳은 곳으로, 좋은 곳으로 나를 이끈다" 말을 한다면.

정말이지 너무 행복할 것 같다.

누군가를 옳은 곳, 좋은 곳으로 이끌 수 있다면 나는 내 삶에 더 많은 자신감과 자부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희도에게 이진이,

이진에게 희도가,

서로에게 그런 존재였을 것이다.

스물다섯, 스물하나_10화

 

#15. "사랑, 사랑이야!

  사랑하고 있어, 나희도.

무지개는 필요 없어."


사랑이었다.

무지개는 필요 없었다.

그런 정의되지 않는 예쁜 말로 표현할 필요가 없는...

사랑이었다.


그렇게 이진에게도 희도는 첫사랑이었다.

그녀에겐 아무것도 바랄 게 없었다.

적어도 희도에겐 그랬다.

스물다섯, 스물하나_10화


#16. " 거기엔 네가 없잖아."


펜싱 다큐 촬영본을 편집하다 수학여행에 대한 추억이 없는 희도와 유림의 말이 계속 마음에 걸린 이진이었다.

마지막 수학여행만큼은 꼭 경험시켜주고 싶었던 이진은 태양고 4인방을 데리고 바다로 떠난다.


그곳에서 이진은 우리의 여행보단 원래 수학여행이 훨씬 더 재미있는 거라고 희도에게 장난을 치자,

희도는 거기엔 네가 없다며.

그러니 이 여행이 훨씬 훨씬 재미있다고 이야기한다.


이진 때문에 설렜고, 친구들 때문에 행복했던

그렇게 영원할 것 같았던 그해 여름이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_10화


#17.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너 없이는 불가능했어."


정식 기자가 된 이진.

그 고마움에 희도에게 맛있는 밥을 사려한다.

명함을 주며 정기자가 됐다고 이야기하자, 지금까진 뭐였나며? 전혀 모르겠는 얼굴을 하는 희도.

당황은 했지만 예상도 했다.


A코스로 먹으라고 하자,

 찔끔찔끔 계속 나오는 ? 라며 되묻는 희도.

둘의 이런 웃음기 짙은 농담이 너무 행복하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너 없이는 불가능했다."며 한없이 희도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이진이었다.


밥을 먹으며 가족들과 자주 온 곳이냐며 묻는 희도.

옛날엔 자주 왔지만 이젠 다 같이 못 온다고 이야기한다.

그래도 그런 추억이 있는 건 좋은 거라며 자신은 이제 아빠의 목소리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 이야기에 마음 한편이 짠해진 이진이었다.


그렇게 가족에 대한 아픔까지 나눌 수 있는 서로였다.

동시에 이 순간이 정말로 소중했고,

그래서 그 순간의 느껴지는 모든 것을 기억하려는 희도와 이진이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_11화


#18. "그냥 저는 지금 저한테 주어진 일을  해내고 싶습니다그게 현재  꿈입니다."


희도의 엄마이자 이진의 선배인 신재경 앵커는 스포츠국 정기자가 된 이진을 축하해준다.

원래 꿈이 기자였냐고 묻는 재경에게 이진은

지금 저한테 주어진 일을 잘 해내고 싶다고, 그게 현재 자신의 꿈이라고 이야기한다.


리포트 하나도 제대로 못했던 신입 기자에서 조금은 더 단단해져 가는 이진이었다.

꿈이 뭐였던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일을 잘 해내고 싶은 그 마음.

그런 이진의 말이 꼭 내 마음 같아서 더더 마음에 콕 박혔다.

스물다섯, 스물하나_11화


#19. "고마워. 오늘 같은 오늘을 선물해줘서."


이진의 도움으로 학교 축제의 밴드 공연도 보게 되고 불꽃놀이까지  희도는 무척이나 행복하다.

그리고 이진에게 오늘 같은 오늘을 선물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오늘 같은 오늘이라니.

얼마나 행복한 하루면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덩달아 기분 좋아지는 오늘이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_11화


#20. " 야, 많이 컸다. 우리 백기자"


유선전화도 확보했다. 노트북으로 기사도 완벽하게 작성해 놓았다. 리포팅만 잘하면 완성이었다.

만발의 준비로 리포팅을 하던 중.

준비한 노트북은 오류가 났고, 당황한 이진은 그냥 전화를 끊어버린다.

방송사고였다.  

그렇게 재경선배에게 무지막지하게 깨진 날이었다.

그런 그날의 트라우마를 겪어내며 처음을, 미숙함을 이겨내고 있는 이진이었다.


비 오는 날.

처음 하는 야구 리포팅도 잘하고 싶었다.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싶었다.

그런데 리포팅 도중 발견한 건, 펜으로 써놓은 기사가 비에 다 젖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당황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완벽한 내용 숙지와 훌륭한 전달력.

그의 성장을 선배와 동료들이 인정해 주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내가 너무도 바라던 순간이었다.

이진이가 멋지게 자라기를 누구보다도 응원했으니 말이다.

스물다섯, 스물하나_12화


#21. "다 했어? 다 했어!"


선수의 마음을 다 알아달라는 것 까진 아니다.

하지만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진심 환멸을 느끼는 희도였다.

"내가 해도 그거보단 잘하겠다?"라는 술 취한 아저씨의 말이 곱씹을수록 열 받는다.


그런 희도의 흥분 섞인 고성을 조용히 지켜보며 희도가 말을 다 끝내자마자,

"다 했냐며, 일로와 감기 걸리니까."라는 말과 함께 우산을 바짝 씌어준다.


묵묵히 희도의 화남, 흥분까지도 모두 지켜봐 주는 이진이었다.

그리고 어떤 이에 대한 분노와 이진의 사랑 사이에서 설레고 있는 희도였다.

스물다섯, 스물하나_12화


#22. "두 사람은 휘어지는 법을 모르고 부러져봤다."


승완(이주명)은 전교 1등에 반장이다.

그런 승완을  친구들은 모두 좋아했고 선생님들도 무척이나 신뢰한다.

그중에서도 승완을 가장 좋아하고 믿는 건 지웅(최현욱)이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다르게 승완은 사는게 재미가 없다.

그것을 유일하게 해소하는 건 지웅이와의 시답지 않은 농담들이었고,

PC통신에서 하는 자신의 해적방송 DJ완승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과 생각들을 내뱉는 것으로써 그냥저냥 버티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웅이 또다시 학생주임 선생님에게 체벌로 위장된 폭행을 당하는 것을 보자 승완은 폭발한다.

학생주임을 경찰에 신고하지만 되돌아온 건 경찰의 냉대와 무관심이었다.

이 일로 찍힌 승완은 학생주임에게 PC통신 방송까지 걸리게 된다.

그곳에서 학교와 학주에 대한 비판을 했던걸 문제 삼아 자신에게 사과하고 반성문을 제출하라고 하자,

승완은 학교를 자퇴하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

수능을 한 달 앞둔 가을이었다.


승완의 엄마는 말했다.

"휘어지는 법도 알아야 해. 부러지는 법 만으로는 세상 못살아."

승완이는 울었다. 그리고 말했다.

"근데 아직 그게 잘 안돼. 미안해 엄마."


너무나 공감이 되는 말이었다.

부러지는 법 만으로는 세상을 살지 못한다는 엄마의 말과

아직 그게 잘 안된다는 승완의 말이 내 입으로 나오는 말처럼 느껴졌다.

승완이처럼 용기 있는 뭐 그렇게 대단히 부러지고 대차게 휘어지는 삶을 살아 본건 아니지만,

내 속에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휘어지는 것보단 언제나 부러지는 쪽을 택한 나 스스로에 대한 슬픔, 투영, 반성, 이해, 연민 같은 복잡한 마음이 드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어떤 해의, 어떤 날에.

휘어지는 법을 모르고 부러져본 우리 모두에게 그날들이 언젠가는 반드시 행복이었으면 좋겠다고.

스물다섯, 스물하나 _12화


#23. "열아홉에 시작한 키스가 스물에 끝났다."


2000년 밀레니엄 시대가 탄생되기 10초 전.

세상이 멸망될지 안될 지의 기로에서 이진과 희도는 함께였다.


그리고 무언가 달라지고 싶었던 희도는 2000년을 10초 남겨두고 이진에게 다가가 키스했다.

그리고 말했다.

"열아홉에 시작한 키스가 스물에 끝났다."라고


세상에 태어나서 들었던 첫 키스에 대한 말 중에 가장 신선했던 것 같다.

세기를 넘나든 사랑이었다.

그것이 그 둘의 첫 번째 키스였다.

스물다섯, 스물하나_12화





(이 작품을 리뷰하는 첫 편을 쓸 때만 해도 두 편으로 나누어 쓸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보통 어떤 좋은 작품을 만나도 한 편 이상으로는 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쓰다 보니 할 말이 많은지 분량 조절이 되지 않아, 두 편으로 나누어 쓰겠다고 했습니다.

그게 가능할 거라 생각했고 아니 진심으로 그게 다 일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또다시 분량 거리 조절 실패로 인해... 부득이하게 다음 편까지 세 편으로 나누어 쓰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 드라마를 응원하고 좋아하긴 했지만.

이 작품을 리뷰하면서 곱씹을수록 하고 싶은 말이 이렇게나 많았는지... 저 자신도 새삼 놀라는 중입니다.


쓰면서도 한 작품을 세편으로 나누는 것이 너무 장황해서...

그래서 오히려 내가 전하려는 마음.

이 드라마가 전하려는 메시지.

그리고 이 드라마가 나에게 줬던 다양한 생각들이 퇴색될까 염려도 되지만.


저는 뭐....

제가 대단한 작가여서 브런치를 하는 것이 아닌...

그냥 저의 마음과 생각을 기록하는데 의의를 두는 곳이라 생각하니.

편하게 그냥 제 식대로 이번 작품의 리뷰를 무려 세 편으로 나누는 작업도 한번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이니 도전해 보겠습니다.

별거 아니라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글을 쓰는 건 저한테는 재미이자 언제나 도전의 도전이기 때문에...

이번엔 희도나 이진이처럼 저도 뭐든 그냥 한번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편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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