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일기(20)
우울해서 빵 먹었어요.
MBTI를 판단하는 문장이라는데. (왜 우울하냐/무슨 빵이냐)그냥 오늘은 우울해서 빵을 먹든 뭐를 하든 해야 할 거 같은 날이다.
어떤 날은 기분이 빵 뜨는데..
새삼 나만큼 능력 있을까 싶고, 이걸 내게 해내네, 하는 보람과.. 이런저런 꿈과 희망과 계획도 품어보고, 금방 좋은 인연이 생길 거 같은 설렘도 깃들고.. 나 요가하며 맑아졌어, 주변에 좋은 사람이 늘었어... 그러는데.
그냥 또 어떤 날은. 기분이 푹 꺼진다.
그게 전날 마신 와인의 흔적이든, 상사의 꾸지람이든, 부족함에 대한 자괴감이든, 누군가의 무례함이든, 그냥 이렇게 외롭게 혼자 늙어갈 것에 대한 쓸쓸함이든.. 못생겨보인다거나. 살쪄보인다거나.. (쓰고 나니 역시 오늘은 우울함의 비중이 더 크다)
푹 꺼진다.
오늘따라 유독 자존감이 바닥. 체력도 바닥.
달라진 상황이랄 게. 크게 없는데.
기분을 새로고침하기가 어렵다.
한 주가 끝나가는데. 이번 주 바쁜 일도 얼추 지나갔는데.
주말에 요가해야지. 하는데. 주말에 집에서 푹 쉬며 넷플릭스 봐야지, 소설책 봐야지 하는데.
기분을 끌어올리던 그런 일들이. 그래서 뭐?.. 매주 반복되는 그냥 그런 일상 아닌가. 싶고.
어쩌면 좋나.
맛있는 저녁 먹으러 갈 건데. 좋은 사람들 만나 수다도 떨건데.
기분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까.
나는 괜찮은가.
잘 지내고 있나. 잘 살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