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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고요했으면...

감정일기 (13)

by 이음

쓰고 나니 어폐가 있다.

'혼자서도', '고요했으면'.

혼자 있는 것 자체가 지극히 고요한 환경 아닌가.


실상이 그렇지 않다.

혼자 있을 때 마음은 동요한다.

생각이 많아진다. 불안해진다. 걱정이 밀려온다. 동동거린다.

할 일을 찾는다. 요가를 해보고 책을 읽어보고 음악을 틀어보고 일거리를 꺼내보고.

하지만 집중력이 흩뜨러진다.


동동거리는 와중에 외로움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불행은. 혼자 있는데 고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느 날은. 달랐다.

요가를 다녀오고 커피를 내리고 빵 한 조각을 물고

신문을 보고 책을 읽고.

그냥 여유 있는 풍경에도 편안함이 행복감이 올라왔다.

아무 문제없다. 걱정할 것이 하나도 없다.

흘러가다 보면 어딘가 닿겠지 싶다.


이런 마음이 하루아침에 혹은 반나절 만에도 손바닥 뒤집듯. 움직인다.


모든 게 그냥 내 마음 하나다.

기분을 결정하는 건 내 마음 뿐이다.

나는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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