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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리더란.. 새벽 카톡을 받고.

인간관계(17)-회사 편

by 이음

그제 뜬금없이 구토하고.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어제는 그래서 요거트 정도 가볍게 먹고 저녁부터 침대에 누웠다. 노로바이러스이라기엔 하루 지나 밥을 못 먹을 정도는 아니고. 두통도 있는데. 몸살인가. 스트레스인가. 속을 좀 비운 상태에서 일찍 잠에 든 효과는 좋았다. 속도 편안해졌고 머리도 좀 가벼워졌다. 역시 몸이 우선이다.


오늘은 새벽 요가도 가지 않고 늦잠을 청하기로 했다. 이불은 포근하고. 몸도 노곤하다. 어제 마감도 했으니. 그것도 참 좋다. 오늘은 업무도 좀 가볍겠지. 아주 이른 새벽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주 늦은 아침도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새벽 어스름을 느끼려 커텐을 쳤다. 카톡이 도착. 팀장이었다. 그리고뭐.. 예상한 말씀이다. 지시사항 혹은 잔소리. 이 새벽에.. 화가 좀 오르려고 했지만. 이 분도 새벽에 일어나 일하고 있는 걸 텐데.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나. 눈을 질끈 감는다. "네 알겠습니다." 덮어놓고 조금 더 누워 있기로 했다. 추가 문자. "네."


팀장의 고생은 모르는 바 아니다. 그분의 연식과 경험과 능력에 비춰. 나뿐 아니라 누구든 부족하게 보일 것이다. 자아비판이나 자괴감에 빠지진 않는다. 그런데 꼭 이렇게 표현을 해야 하나. 이 시간에.(그분은 시간과 무관하게 일한다).. 라고 이어지지는 말자.


침대 옆에 있는 책을 꺼내 폈다. '상처받지 않 영혼'(마이클 싱어). 무얼 하든 옆에서 계속 떠드는 룸메이트가 있다고 생각하라. 인식의 주체인 나는 고요한데 옆에서 계속 "너무하지 않냐" "불안하지 않냐" "뭔가 해야 하는 거 아니냐""뭐 잘못된 거 아니냐" 등 떠드는 나의 또 다른 자아에 대한 얘기다. 마침 참 나에게 필요한 내용이다. 요가를 해도 명상을 해도 지속적으로 떠드는 자아가 있다. 생각이라는 것이 흘려보내려 해도. 끊임없이 재잘거린다. 오늘은 나의 이 부정적 룸메이트가 그저 옆에 있다는 인지, 거리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좀 낫다. 기분이 급격히 나빠지지 않는다. 떨어져서 바라본다. 네가 뭐라고 한들. 달라질 수 있는 게 없다. 상황을 부정적으로 만드는 것은 지금 떠들고 있는 너의 시각일 뿐이다. 팀장은 팀장 일을 하는 것이고, 나는 나의 일을 하는 것이다. 선배는 선배다. 나는 그를 설득할 수 없다.


과거. 첫 팀장이 되었을 때의 내가. 얼마나 미숙했는지도 생각해 본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가르침이라는 이유, 지시라는 명목으로 상처를 줬을 것이다. 그들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것을 깨달으라고 지금 이런 상황에, 이런 반대 상황에 쳐했는지도 모른다.


좋은 리더가 되기란 참 어렵다. 그리고 생각보다 더 많이 참고. 기다려야 한다. 고마움을 기대하지 않아야 한다. 더 담백해야 한다. 오늘도 또 배웠으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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