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공유(20)
바람이 매섭게 뺨을 때린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추운 것도 잘 모르겠다. 발바닥에 닿는 바닥의 느낌. 땅을 부드럽게 밀어낸다. 엉덩이는 뒤로 빠지지 않게. 골반을 좀 앞으로 밀어가며 자세를 세워본다. 오늘따라 한강이 참 파랗다. 이것도 저것도. 달리기가 시작되면 많은 것들이 의식되지 않는다. 특별한 생각도 별로 들지 않는다. 힘드니까. 그냥 나는 달린다. 만 남는다. 달리기는 참 명상적이다.
이달 초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나는 러닝과는 먼 사람이라 생각했다. 학창 시절 뛰는 거엔 별로 소질이 없었고, 스피드 있는 운동은 나랑 맞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달리다가 토하면(토할 정도로 힘들면) 어떡해, 발목 다치면 어떡해(요가해야 하는데).. 하는 걱정도 없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인가 직장 동료들과 점심을 먹는데. 그중 절반이 달리고 있는 중인걸 알았다. 하긴 한강변 산책을 나가보면 어느 순간부터 자전거보다, 걷는 사람보다 러너들이 많다는 걸 알아채긴 했었다. 뭐가 그렇게 좋은 걸까. 힘들지 않나.
선배에게 달리기 선생님을 소개받았다. 뭔가 일단 기본부터 배워보면 좀 낫겠지. 후배와 함께 달리기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자세, 뛰는 방법부터, 조깅에, 질주에, 인터벌에.. 아마 그 선생님의 가장 큰 역할은 함께 뛰어주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 겁을 잔뜩 먹었던 나에게는 '시작'이라는 높은 허들을 함께 넘어줄 가이드와 동지가 필요했던 거 같다.
달리기는. 생각보다 재밌다!!. 달리고 나면 참 상쾌하고 가볍고 깨어있는 기분이 들었다. 요가랑 또 다른 느낌의 상쾌함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아, 좀 사는 거 같다!.. 그리고 오늘은 드디어 6km 넘게 뛰었다!.. 내가 일단 30분 이상을 뛸 수 있을까.를 예상할 수 없었는데. 35분 조깅.에 이어 인터벌(2분 빠르게, 1분 가볍게)도 했다. 어제 저녁 회식에 좀 무거웠던 몸이 가벼워졌다. 해냈다!.. 라는 뿌듯함과 함께.
끊임없이 밀려오는 생각이 날 지치게 하는 편인데. 달리기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아서 좋다. 옆 사람과의 대화든 뭐든 무아지경의 상태에서 뛰어야지만 긴 거리를 달려도 힘들지가 않다. 요가 말고도. 너무 좋은, 취미를 시작한 거 같아 참 즐겁다. 참 행복하다.행복하다.행복하다.
계속 꾸준히 달려볼 참이다. 일단 러닝 클럽부터 좀 찾아봐야겠다.